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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밀 차를 마시며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DKO_n8ogKOU?si=mR2o_otVXXMsxC2q


물 끓는 소리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던 가족들

하나, 둘, 서둘러 출근하고


거실의 의자에 남은

아직 식지 않은 체온을 느끼며,

나는 오트밀 잔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귀리 알 속 잠든 햇살이

서서히 불어나

구수한 향으로 집안을 채운다


그 향을 들이마시며

가족들의 하루도

이 향처럼 따뜻하길 바란다


끓지 않아도

따뜻해질 수 있음을,

불지 않아도

채워질 수 있음을.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오늘의 온기를 감사하며 삼킨다


오트밀5.png

시작 노트: 오트밀 차를 마시며


은퇴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침마다 가족들이 분주히 출근하고 나면,

거실엔 조용히 남은 체온이 있습니다.

그때 나는 오트밀에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귀리 알 속 잠든 햇살이 서서히 깨어나며

구수한 향으로 거실을 채우죠.

그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끓지 않아도 따뜻해질 수 있고,

서두르지 않아도 하루는 천천히 익어간다는 걸

그 한 잔의 오트밀이 가르쳐 주거든요.

“오트밀 차를 마시며”는 그런 마음으로 쓴 시입니다.

세상이 끓어오를 때, 나는 물의 온도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작은 잔 하나를 두 손에 감싸며

오늘의 체온, 오늘의 감사,

그 단순한 행복을 조용히 삼키는 마음 —

그것이 내가 믿는 ‘건강한 삶’의 모습입니다.

2025.11.11. 김승하, 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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