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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1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0wY7VFWHMaY?si=MMEwY1cv_4BQTo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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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의 억새밭 길을 거닐며 떠올린 시


오늘은 고교 동창들과 함께 서울의 난지공원을 함께 걸었습니다.

한때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억새밭 숲길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의 쓰레기가 묻혀 추억처럼 흔들리는,

바람이 스치면 억새들이 한순간 물결처럼 흔들렸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오래전 제가 썼던 ‘억새풀 1’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세월과 상처를 품은 여인의 숨결과 한을 품은

우리들 어머니의 뒷모습을, 억새의 결로 비유했던 그 시.

초겨울의 고요한 바람 속에서 억새가 산대 춤을 추듯 흔들리는 장면은,

여전히 그 시의 한과 정서를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다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춤1.png

억새풀 1

무쉿날 홑 새벽

무녀리 울음 달빛에 접힌

억새풀의 곡哭

뭍으로 향한

마른 뿌리만을 의지한 채

새벽을 외면한 여인의 숨결이다가

홀연히

빈 하늘을 이고 돌아서던 여인네

옷섶에 묻어나는 한恨

해묵은 비늘을 털듯

돌아앉아 옷고름 적시는

어머니의 모습

초겨울 억새풀 산대춤을 춘다

시:억새풀, “저문 바다에 길을물어“/김승하/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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