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낭송
나는 춤을 출 줄 모른다
춤을 모르는 몸이
춤을 노래해야 한다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춤은 몸으로 쓰는 시가 아닐까
기쁨과 슬픔,
분노마저 숨결 따라 흘러나오는
몸의 진동과 떨림으로 추는 춤은
몸이 쓰는 시가 아닐까
손끝과 발끝, 눈빛과 호흡으로
하나씩 메워가는 순간,
온전히 시가 되는 춤
온몸으로 쓰는 몸시가 아닐까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별빛과 달빛이 스며드는 가을밤
나도, 온몸으로 시를 쓰고 싶다
삶의 리듬에 스며든
몸이 먼저 기억한 언어로
다 쓰지 못한 여백으로 남긴 춤
몸과 하나 된 시를 쓰고 싶다
* 월간<춤> 2025년,10월호 권두시
나는 춤을 출줄 모른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늘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시가 언어로 쓰인다면, 춤은 몸으로 쓰는 시가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입술을 통과하기 전, 먼저 몸에서 흔들리고 떨리는 진동으로 나타난다.
이 시는 그 몸의 기억에서 시작된 시다.
몸이 먼저 알고 있는 언어,
말로 다 옮겨 적지 못한 여백을
춤이라는 형식으로 상상해 본 것이다.
가을밤,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배경이 되고
별빛과 달빛이 스며드는 그 시간에
몸이 조용히 시가 되는 순간을 떠올렸다.
이 시는 결국,
내 몸이 먼저 쓰고 내 마음이 따라 적어 내려간 시다.
온몸으로 시를 쓰는 일,
그것이 내가 생각한 ‘춤’이다.
2025.11.08/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