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왜 내 생각대로 하지 못할까?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나는 공부를 하려 책상에 앉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간신히 앉는다 해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책상 청소부터 시작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단지 공부가 싫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내가 평소 공부를 하지 않아 아는 게 없어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ADHD 특성 중 하나였지 않나 싶다.
성인이 된 후엔 공부든 일이든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에 책상에 앉는 게 예전보단 쉬워졌다.
그런데도 막상 앉고 나면 여전히 머릿속이 텅 비는 기분이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동 중이거나, 운동을 하거나, 샤워를 할 때에는
그렇게 잘 떠오르던 아이디어가 책상 앞에만 앉으면 사라졌다.
“내가 뭐를 하려고 했었지?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온갖 자기 계발서 책과 유튜브의 강연 영상들을 들으며 해결책을 강구했다.
다양한 방법이 있었고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나마 그중 내게 맞는 건 나만의 루틴 만들기였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일하고 식사하고 운동하는 기계 같은 삶.
나에게 꼭 필요하기도 했고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그 삶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인과의 약속, 가족 모임 등 여러 가지로 루틴을 깨는 환경이 많았고
하루 일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루틴은 금세 무너졌다.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타인과의 약속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루틴에 집착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루틴에서 멀어졌다.
이젠 스스로의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루틴을 지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책상에 앉자마자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가 아니다.
“왜 나는 내가 정한 루틴을 지키지 못할까?”
왜?
왜 자리에 앉으면 시작하지 못할까?
왜 나만 그런 걸까?
ADHD의 특성이라 해도,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