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에 빠진 적 있다.
어릴 적 나는 스스로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었고, 무엇 하나 특별하지도 않았다.
주제넘은 욕심을 부린 적도 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꿈꾼 적도 없었다.
그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진심으로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싫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고,
그저 시늉만 내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었다.
체육, 예능, 심지어 게임까지도.
재능은커녕, 센스조차 없었다.
청소년기의 흔한 방황일까 싶었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었고, 잘하는 게 있었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게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데 익숙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는 왜 이럴까?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꿈’이라는 게 생겼다.
처음으로 스스로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의 시간은 지금도 내게 소중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백혈병이 찾아왔다.
병원과 집을 오가며, 수년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서 보내며 억눌렸던 시간 때문이었을까.
그전의 내가 낯설 만큼 나는 달라져 있었다.
내성적이고 조심스럽던 성격은 많이 바뀌었고,
삶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몸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머리가 좋은 것도, 예체능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 하나 꾸준히 끝내는 일도 여전히 어려웠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그 시간을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부지런하지도 않았고, 일머리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뭐든 부딪혀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방황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 답을 알고자 철학과 종교에 빠졌고,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자기 계발서를 탐독했다.
지혜를 얻고자 문학과 소설을 들여다봤다.
어떤 이들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인생의 해답을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도 봤다. 매일 자기 긍정의 암시를 외워보기도 했고,
고전 문학 속 인물들을 따라 걸어도 봤다.
하지만 이상했다. 해답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안갯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그 방식대로 살아가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기꾼 같다.)
삶은 결국, 부딪히고 겪어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인데,
나는 A + B = C 같은 공식을 따라 살려했다.
인생도 수학처럼 명쾌한 해답이 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런데 만약 정답이 하나뿐이라면,
나처럼 다른 수식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애초에 명제 자체에서 벗어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 인생에 있어 정답이 없는데 나는 그 정답이란 걸 찾아 나 자신을 끼워 맞추려 했다.
저마다의 인생이 있고 저마다의 정답이 있기에 나는 나의 정답을 찾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