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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ADHD 일기

여행 일기는 블로그에서

by 선옥

ADHD 약물을 복용하면서 나는 나를 더 알 수 있었다. 단점이라 여겼던 모습들이 단순히 나의 문제가 아니었고, 의지나 게으름 탓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약물 치료를 하며 머릿속의 복잡함과 불안은 많이 줄었고, 과거의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ADHD일까? 정확히는, 왜 ADHD라는 유전형질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까? 인류의 진화에 어떤 도움이 되었기에 이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걸까?


내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ADHD는 주의 전환이 빨라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새로운 자극에 민감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데 유리했다.

이러한 특성은 집단 내 다양한 생존 전략의 일부로 작용했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산업화된 교육 중심 사회에서는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집중하고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이 강하게 요구된다.

이 기준에서 벗어난 ADHD는 자연스럽게 ‘문제’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ADHD는 뇌의 실행 기능의 차이이지 결코 지능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환경에 따라 강점으로 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나의 본모습은 어떨까? 그 모습은 여행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새로운 자극 속에서 더 기지를 발휘할까, 아니면 예기치 못한 혼란에 패닉에 빠질까?


그 물음을 품고 나는 뉴욕 여행을 떠났고, ADHD인 내가 약물 없이 여행할 때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뉴욕 여행기를 브런치에 연재해보려 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ADHD의 뉴욕 여행기’가 아니라, ADHD인 내가 ‘뉴욕을 소개하는 정보성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ADHD인 나를 글로 그리고 싶은데, 그런 스타일은 이 브런치북의 방향성과는 조금 다르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뉴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는 더 연재하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시 풀어보려 한다.


얼마 되지 않는 구독자 수와 조회수지만, 내 글을 읽어주시는 단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분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독자이다. 혹여나 내 글을 기다리는 감사한 분이 계실까 하여, 이 글을 조용한 공지처럼 남긴다.


주제도 항상 중구난방이고 글의 끝마무리도 매번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읽어주는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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