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장 불편했던 감정은 무엇이었고, 왜 그랬나?
7월 20일 일요일. 날씨는 흐림
주중엔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 6시에 출근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출근 시간이 늦기 때문에 6시에 기상해 오전 운동을 마친 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최근엔 피로가 누적되어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토요일에도 계획했던 6시 기상에 실패했고, 결국 운동 없이 늦잠으로 피로를 풀었다. 잠이라도 충분히 자 이날은 피로를 풀어줬다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만 문제는 일요일인 오늘도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원래 계획은 기상 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4km 러닝을 하는 것이었지만,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나왔다. 운동을 포기하고 방청소나 하다 나갈까 고민했지만, 운동을 안가면 방청소도 귀찮아 미루고 미루다 청소도 운동도 못하고 하루를 날릴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운동은 짧게나마 완료했고, 이후 점심 약속을 다녀와 오후 3시에 귀가했다. 하지만 6시에 예정된 스터디 OT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피곤함이 몰려왔고, 잠깐 눈을 붙이려던 낮잠은 30분이 아닌 2시간으로 길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스터디 자료 정리는 미완인 상태로 나갔다.
일을 많이 한 탓에 피곤함이 쌓인건 알았지만 이틀씩이나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자고 낮잠으로 시간을 다 써버리다니 분명 바쁘게 움직인거 같은데 해야 할 일들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 일요일 하루가 끝을 달려가고 있었다.
스터디 OT는 당근마켓을 통해 모인 해부학 스터디 팀원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총 4명이 모이기로 했지만, 한 명은 당일 취소했고, 또 한 명은 10분 늦게 도착했으며, 한 명은 아무런 연락 없이 오지 않았다.
지각은 나도 자주 하는 편이라 이해했고, 당일 취소한 분도 분명 사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탄 사람에겐 솔직히 매너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스터디에 함께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니,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는 노쇼 방지를 위해 음료값이라도 미리 받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은 남았다.
결국 OT는 한 분과 단둘이 진행하게 됐다. 준비한 자료는 정리가 부족했지만, 다행히 진행 자체는 무리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스터디 일정은 다른 멤버와 조율해 다시 잡기로 했다.
스터디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저녁 7시 30분.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강아지 푸딩이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산책도 못 나가고 있었을 푸딩이를 생각하니, 몸은 피곤했지만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산책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머릿속엔 오늘 하루를 되짚는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를 분명 많이 하긴 했는데, 정작 '오늘 나는 무엇을 해냈나' 하는 질문엔 쉽게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은 분명 있었고, 일부는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를 내가 이끌어간 느낌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들에 쫓겨 억지로 흘려보낸 기분이었다. 그 점이 오늘 하루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던 감정의 근원이었다.
무엇을 했든,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마감하는 하루는 성취감보다는 허무함을 더 많이 남긴다.
그저 흘러간 하루. 그리고 그 흐름에 내가 끌려갔다는 감각.
내가 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것일까. 그것들을 하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이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