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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차 - 새벽수업을 그만두면 언제 일어날까

새벽형 인간 습관 만들기

by 선옥

9개월째 이어오던 새벽 수영 강습이 수영장 공사로 인해 6개월간 중단되었다. 그동안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 6시 강습을 나가며 하루를 시작했다. 덕분에 오전 6시에 일어나는 날이면 오히려 늦잠을 잔 듯 개운했고, 나는 어느새 새벽형 인간이 된 줄 알았다.


새벽 강습을 그만둘 때 잠시 고민했다. 다른 수영장에서 새벽 수업을 이어갈까? 그러나 이번엔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기로 했다. 여전히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6시가 되면 출근 대신 책상에 앉아 공부와 글쓰기에 몰두하는 게 내 계획이었다.


6시에 새벽 강습을 하고 오전 9시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거나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해도 늦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나는 새벽 강습이 끝나면 꼭 낮잠을 자야 했고 낮잠을 자더라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의지력이 들지 않아 남은 오전을 의미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보내기 일쑤였다.


사실 강습 자체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물속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었고 아무리 슈트를 입어도 강습 중엔 추위에 몸을 떨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몸이 노곤해져 낮잠에 빠지거나 다른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강습을 쉬는 동안 수입은 줄었어도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으니 오전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 강습이 끝나고 맞이한 첫 월요일 아침, 기대와 달리 나는 6시가 아니라 9시에 눈을 떴다. 몸은 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 첫날이니 하루쯤 늦잠 자도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하지만 그 기약은 다음 날로, 다시 그다음 날로 미뤄졌고,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 나의 평균 기상 시간은 오전 8시. 그 시간쯤이면 원래라면 웨이트를 끝내고 공부까지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눈을 뜨면 먼저 찾아드는 건 실패했다는 우울감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나오지 못한 채 폰을 붙들었고, 의미 없는 스크롤 끝에 겨우 10시가 되어서야 몸을 일으켰다.


수영강습이라는 다음날 일어나야 한다는 외부 강제 요인이 사라지자 내 몸은 원래의 생체 리듬으로 돌아갔을 뿐 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지만 새벽형 인간에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새벽형 인간이 되기 위해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은 일어나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잠에 일찍 들며 알람을 두세 개 맞춰놓고 등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꼭 새벽형 인간이 좋은 것만도 아니고 새벽형 인간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지난 9개월 새벽형 인간이 되어보면서 새벽이 주는 힘을 크게 느꼈기에 새벽형 인간이 되어보고자 시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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