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우리 사회에서는 무언가 좋지 않은 인습은 쌍팔년도의 일로 치부하곤 한다. 1988년도에 고딩이었던 나는 여기서 말하는 쌍팔년도는 1988년이 아니라, 단기 4288년인 1955년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1 설은 쌍팔년도가 단기 4288년인 1955년에 해당된다라고 설명한다. “쌍팔년은 단기 4288년의 줄임말로, 그 시대의 구태와 촌스러움을 빗대는 말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2 설은 쌍팔년도가 서기 1988년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건 1988년으로, 88년은 한국 사회가 급격히 변하던 시기였고, 군사 문화와 민주화 열망이 충돌하던 해이기도 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쌍팔년도를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옛날식 관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나는 1 설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2 설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우리 후손들에게 1 설을 이야기하면 꼰대 취급받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8’이라는 숫자가 무언가를 비하할 때 쓰이고 있다. 팔푼이는 철없고 덜 떨어진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팔자걸음도 걸음걸이가 벌어진 모양을 가리키는데, 남을 비웃거나 흉볼 때 사용하는 단어다. 발음에서는 욕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8’의 발음과 ‘부자 부’의 발음이 비슷해서, 재물이나 번영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8’은 돈과 행운을 불러오는 상징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2008년 8월 8일 8시 8분에 개막했다.
나는 고딩 시절에 한국사를 배우면서, 기원전 2333년의 역사적 의미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한국의 전통 연호인 단기는 단군이 즉위한 해를 원년으로 삼았다. 따라서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해가 바로 기원전 2333년인 것이다.
인생의 4학년에 진입해서는, 우리는 왜 기원전 2333년을 특정했을까 고민했다. 내내 답을 찾지 못하다가, 인생 5학년에 들어서야, 기원전 2333년이라는 연도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자신의 뿌리를 명확히 하고자 한 ‘민족적 상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우리 민족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라는 물음에 기원전 2333년이라는 숫자를 출발의 좌표로 삼았다. 이는 곧 신화를 역사적 시간 위에 정박시키는 행위였고, ‘우리 역사는 5천 년’이라는 집단적 기억을 가능하게 했다. ‘2333년’은 우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공동체라는 자부심의 언어인 것이다.
2333년, 신화의 강가에서
역사의 달력엔 없던 날
우리는 기원전 2333년이라 이름 붙였네
그날, 산은 하늘에 닿고
강은 바다로 길을 열며
단군의 숨결은 바람으로 스며드네
가슴에 새긴 기억은
강보다 오래 흐르네
숫자는 시대의 장부가 아니라
꿈의 좌표였네
2333년
그것은 한민족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서사
우리는 유구한 세월 동안
한반도의 별빛과 함께 살아왔네
신화는 역사가 되고
숫자는 언어가 되어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강에서
우리 모두의 뇌리에 간직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