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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다

by 시나브로 모모

"아빠! 직유법이 뭐야?"

"~처럼이나 ~듯이가 붙어서 빗대어 표현하는 게 직유법이야!!"

나름 자신감 있는 남편의 설명이 들린다.

그러자 이어지는 아들의 질문

"그럼 은유법은?!"


예상이 되는가?

그건 아마도....."~처럼이나 ~듯이가 안 붙은거?!"


중고등 학교 교육을 한국에서 받았다면 누구나 이렇게 답할 거 같다.


내가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하면서 제일 먼저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비유"라는 개념이었다.


수학문제도 공식으로 들입다 풀어대고

문학작품도 객관식 문제로 답을 찾기 위해 틀에 맞춰 구겨넣는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직유법"은 '~처럼'이 붙으면 되는 거라는 코미디가 만들어진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형상화"이다.

수많은 문학적 장치와 표현들이 궁극적으로 "형상화"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형상화는 왜 필요한가?

가치있고 소중한 것, 삶에서 중요한 것,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복잡성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이란 무엇인가?

문정희 시인은 작품 <겨울사랑>에서 이렇게 말한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사랑을 말하고, 중요한 감정임을 알지만 그것을 정의 내려보라 하면 어렵다.

설사 정의 내린다 하더라도 사랑의 온전한 의미를 '느끼고', '상상하게' 만드는 건 다른 일이다.


그래서 문학은, 특히 시는 비유없이 독자에게 말을 건넬 수 없다. 더구나 시는 짧은 문장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함축의 묘미까지 내보여야 하니 "비유"야말로 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무기인 것이다!


그런데 비유의 종류는 달달 외우면서, 작품에서 어디에 직유법이 나오는지 척척 찾아내면서

정작 비유란 무엇인지, 비유를 이해한다는 건 어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고 있다.


이건 마치 길은 잘 찾는데 거길 왜 가야 하는지,

가면 뭘 할 수 있는지는 모르는 것과 같다.


비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빗대어 표현한다'는 것이고 '빗댄다'는 것은 곧 대상이 두 개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려면 두 대상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해야 하며 그 공통점이 타당하고 참신할수록 독자에게 설득력을 갖는 메타포가 된다.


그래서 비유에서는 실제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원관념, 빗대어 표현한 다른 대상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즉, 비유는 작품속 보조관념들이 얼마나 감각적으로 원관념을 형상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 감정을 느끼고 상상하게 만드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시를 배울 때 바로 이 지점에 공을 들여야한다.

비유의 맛이 바로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정희 시인은 사랑을 말하는데

왜 눈송이에 빗대어 표현했을까?

사랑은 머뭇거림 없이, 서성이지 않고 달려드는 눈송이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과 눈송이의 공통점이고

그래서 '눈송이처럼'은 비유적인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직유인가? 눈송이와 사랑의 공통속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속성이 나타날 때 조사 '듯이'와 '처럼 ','같이' 등이 결과적으로 자주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것이 "공식처럼" 만들어졌을 뿐 그 조사들 때문에 직유가 된 것은 아니다.


공식의 함정이 이게 아닐까?

내가 외운 피타고라스 정리로 수많은 문제를 풀었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꼴이다.


그렇다면 은유법은 자동으로 해결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공통점이 숨겨져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 된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


이것을 은유의 대표주자로 알고 있으니 해보자!!

원관념은 '내마음'이고 보조관념은 '호수'다

저어 오라는 것만 가지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애매하다. 독자는 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마음이 호수처럼 넓다는 걸까? 호수같이 고요하다는 걸까?아니면 호수마냥 맑다는 것일까?

독자는 더 생각하고, 해석은 더 다채로워진다.

그래서 시인은 직유보다는 은유를 더 많이 쓰는 것이다.


숨겨진 은유는 독자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함축적 의미를 확장해 간다.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었던 추상적 차원의 것들이 상상의 영역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것이 비유의 맛이고, 시의 재미가 된다.

이제는 아이들이 시를 기술적으로 읽지 않고

비유의 창을 통해 더 넓고, 더 깊은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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