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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아들의 노트를 보았다

- 생각주머니에 달린 생각들

by 시나브로 모모

오늘은 입춘이다!!

그리고 첫째는 중학교 배정을 받았다. 농구동아리가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아이가 간절히 바랐던 학교에, 입춘대길의 기운을 받아 성공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중학교에 가서 신입생 등록도 하고 교과서도 받아오고 가정통신문도 챙겨 왔다

이제 좀 실감이 난다,

다음주면 졸업식인데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또 꽁냥꽁냥 추억을 담는 프로젝트 진행 중인가 보다. 지난 1년 간 써온 생각주머니 노트를 꺼내 어떤 글을 고를까 고심하는 녀석~ '이 중에 뭘 고르는 게 좋을까?' 묻기에 정성스레 댓글을 달아주신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을 기준으로 골라보는 게 어떠냐!

그중에 눈길을 끈 담임 선생님의 댓글이 있었으니!! 그것은 꼭 길게 써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다시 쓴 그 흔적 때문이었다. 고치고 고쳐 쓴 문장에서 누군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나는 보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학생들이 쓴 시대화 보고서를 읽으면서 멈추어 생각하게 되고, 주저했던 때가 있었음을, 아이들이 던진 질문에 자극을 받고 생각의 문이 열렸던 짜릿함과 공감의 순간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시나브로 우리 아들도 지난 일년동안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생각을 이어 또다른 질문의 문을 열고, 친구의 질문에 생각을 틀어 질문의 길을 확장해 가는

끊어질듯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 가고 있구나. 노트이름이 생각주머니라 했을 때 내 머릿속엔 혹부리 영감의 혹이 떠올랐다. 비록 그 혹에 진짜 노래를 잘하게 하는 힘따윈 없었다지만 왠지 그 혹 안에는 신비한 힘이 있을 것만 같다,

생각주머니도 내 몸의 일부로 어딘가에 혹처럼, 주머니처럼 착 달라붙어 있지 않을까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

생각주머니에서 이야기 한 톨, 내 주장 한 알, 비판 한 스푼과 상상 한 그릇까지 크고 작은 생각들을 오랜 시간 뭉근하게 글로 풀어낸 녀석,

너란 남자 쫌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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