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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느티나무

by 은월 김혜숙


두물머리 강가에 갔다

한 여자가 강을 바라보며

한없이 응시하고 있다


그런 여자를 느티나무는 가만히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하고만 있었다


두 물이 서로 엉켜 흐르는 동안

그동안에도 느티나무라고

저 깊은 물에 자신을

수장하고 싶지 않았겠나


숱하게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기쁨을 혼자 감당치 못했을

한때는 온몸에 거미줄을 치고

성황당을 만들었을 땐 이미

느티나무는 세상에 없었으리


느티나무에게도 어떤 이유든 그들에게

아침에 피는 안개요 또는 출렁이는

위기요 그 잔잔함으로

또한 우리가 느티나무였고

느티나무는 우리가 그였으리


여자의 마음 키가 훌쩍 크고

돌아갈 때까지 곰곰했으리



#은월 1시집

#어쩌자고 꽃-46P

#도서출판 움(02-977-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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