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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물을 끓이면서

by 은월 김혜숙

나이를 먹으니 혼자 먹는

식사가 잦아진다


식사 때마다 커피 물을 올리고

전기 스위치를 켜 두고 밥을

먹으면서 물 끓는 것을 보게 된다
.
서서히 올라오는 기포들
조금 있으면 후루룩 확 올랐다
어느 정도 끓면 스위치는
자동으로 내려가고 그리고
이내 자자드는 소리와
함께 김이 서린다
.
나도 몇 해 전까지 저렇게
확 끓어본 적이 많았다
관공서 직원이 불합리하게
대할 때 호되게 혼내주거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와서
집에서 작동해 보다
불량할 때 안 바꿔 줄까 봐
오히려 호통도 쳐보던 일 등등
.
아마도 내속에 열꽃 용광로가
돌아가는 시기가 남들보다
많았는가 싶을 정도로 끓어오르는
열정이 가득했었던 것 같다
.
그런데 뭔가 지금은 주전자 물이
끓고 난 순간처럼 이제 서서히
그 열정도 삭아지고 이제 마지막
남은 수선스런 잔설 가지에
바람만 일듯 안개 뿌연 시아까지
가리는 때가 지금 같다
.
커피물도 나도 살아있음에
바지런한 열정 더 간직하고
싶은데
시간은 정령 정신과 육체를
갈라놓는다

그리고 밥공기는 비어지고
커피 물을 탈시간이 되었다
.
.
[ 커피물을 끓이면서 ]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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