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삐딱하게

by 은월 김혜숙

사는 게 힘들다고 전화 온다

너 그렇게 살지 마

그녀 전화

세상 깨끗하게 사는 척해도

완벽하지 않아

잘나서 힘주고 고고한 척하면서

턱이 하늘로 올라가면 다니

나처럼 실없이 웃기도 하고

한 잔도 나누고 웃다 보면

헛소리하며 삐딱해도

담날이면 새로 하루 산다

시장 한 바퀴 돌고

동네 마실 나가서 모르는 얼굴들

자세히 보면 너 같고 나 같고

다 같은 앞모습과 뒷모습이야

주고받는 흥정이 어디 가나 밀당 가운데

다 삐딱하게 생겼다가 원상복구야

밑져야 본전이지

그래서 자꾸만 삐딱하게 살아도 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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