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애꿎은 삶이 지질해
괜스레 아파하고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다
강가에 처절한 내 그림자를 버려둔 채
도망쳐 왔던 부끄러운 날이 있었다
.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다른 생각
연륜을 쌓고 가는 물결 따라
강변을 끼고도는 산뜻한 드라이브
강바람에 윙윙 북한강 가는 길
.
길고 긴 강을 쓸고 바람 소리 들으며
둘레둘레 강둑 길을 걷노라면
물새 한 마리 연신 고개를 뺀 몸짓 하나에
강물 위로 고단함이 퍼져 파문을 지어도
찬바람을 무던히 버티고 지내왔을 갈대
숱한 지난 상념으로 희끗해진 머릿결
새삼 예전과 다르게 살갑게 다가온다
.
그동안 마음 한 겹 벗은 북한강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