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하루 낮의
일거리들 보자기에 싸서
차곡차곡 눌려두는 저녁
시렁 위에 한없이 두었던
저녁이 옷을 털고 종일토록
애쓴 손아귀와 팔다리 눈 입을
헹궈내며 자기 차례를 맞는다
.
하루를 무엇 때문에 맑은
눈을 젖혀서 열어 두었으며
또 누구를 위한 종을 울렸을지
그 물음은 그들만 알 일
그러나 나에게는 하루를 부산히
주워 담던 죄악이든
넌지시 받아 든 가벼운 선이든
머릿속에 노트를 놓고 정리하다
.
앞산에
부챗살빛과 검게 포장된
서녘 능선을 보며 쓸모없는
문장들 펼쳐 보니 어느새
쇠진한 내 정신력을 꾸짖게 된다
.
접은 하루를 가만히
맥락을 잡고 어순과 행간과
낱말을 섞어 정리해 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