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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하고 또 하루

by 은월 김혜숙

이른 아침 창가에 앉은 재잘대는

종다리 젖은 입을 닦아도 보고

근처 호수공원에 나가 물오리와

잔물결 위를 덮어 주다 보니

아직은 추위가 덜 간 봄 속이어도

따뜻한 온기 한 줄기씩의

생각을 풀게 되는 하루를 보내 본다

.


왕숙 천 샛강에 가서 여름과

가을 내내 허공을 쓸어댄 억새의

머리에 먼지를 털어주며

지난 일이 잔잔하게 정리되게끔

이제 숙성이 다 되어 부풀어 오르는

사월의 봄

.

공원 벤치 옆에 누군가 오래 세워둔

자전거의 녹슬어진 쇠붙이가

말해주듯 모든 것이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


벌과 나비가 얕게 드나드는

꽃이어도 아직은 마른

덤불 속 작은 꽃일지언정

찾아와 줌에 좋고

.


억세게 견디고 온 바람에도

하나의 생각으로 일관하여

못다 피어낸 4월이라 해도

피고 있으메 좋으리



#은월_시집

#어쩌자고꽃ㅡ28페이지

#사월하고또하루

#1부꽃이되어야하는봄

#시집ㅡ도서출판_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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