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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은 괴롭다

by 은월 김혜숙

이봄 벚꽃나무 밑에

사슴들은

여물통에 얼굴 묻고

벚꽃 잎은 폴폴 날리고

.

서울숲 방사장에서

여물을 먹어야 하는 삶

.

사람들은 서둘러 벚꽃나무 아래서

청춘을 발설하기 여념 없는데

.

어디선가 소리친다

당신은 나의 꽃사슴이라 하고

나는 당신의 꽃망울이라 한다

봄은 한없이 북적대고 소란하기 그지없는데

.

꽃사슴은 들은 척 안 들은 척

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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