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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양평

by 은월 김혜숙


외갓집 담에 기댄 감나무 꽃이

간밤 비바람에 내 그리움의

무게 만큼 뚝뚝 떨어졌고


순간 어찌 되었는지

나와 다른 영혼 안에 둥둥 뜨더니

내 그리운 님을 만나 그간에 서운하고

미움을 용서하여 달라 반복 더듬대었다가


이른 잠에서 깨어 여명이 뜨는 시간

목구멍이 답답하여

서둘러 물 한 컵을 들이켜고 마당을 돌아보았네


마당에 모여든 참새, 때까치 소리와 산비둘기

닭 울음소리로 대신하는 시간

해는 중천에 뜨고 마당가엔 과실나무 아래

후드득 떨어진 검붉은 오디열매 가득 입술에 바르고

보혈의 사함으로 은혜를 받을 때쯤

청청한 매실열매는 흙바닥에 뒹굴며 청춘을 벗어나고 있었네


그제야 지하수물에 얼굴을 씻어 수건 한 장 걸치고

거울 앞에 앉아 몇 개의 골패인 골짜기를 보자니

그간 뭐 했는데 헛세월 보낸 엄살둥이 허황된 삶의 영혼

문뜩 지병처럼 찾아왔는가 했는데 앞 논에 왜가리 날 때 함께 물러갔네

그 새벽 가슴에 맺힌 가신님 그리움의 신호에 아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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