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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해독

by 은월 김혜숙

전등사

산중의 풍경은 그윽한데

누군가의 그리움의 깊이는

시로 남아 노송 곁에 나란히

서로를 의지하고

숫자를 걸고 계단을 밟듯

조용히 하나둘 세고 있었다


데이지 꽃 언덕은 사랑으로

가득한데 웃음소리 가득

아픔을 다스리고

법문에 든 불자들 수국 안에

그리움을 새겨두며 별채 옆 장독대

항아리마다 그렁그렁 걸린 행자

밥주발에 한 공기 떠 올리며

오랜 그리움을 퍼 담아낸다


걸음이 무거운 그리움의 해독은

어디까지 줄을 잡을지 모르면서

옮겨간 건평 항 갈매기는 낮게 날고

천진한 웃음은 반지꽃 가득 핀 공원


먼데 바다를 바라보며 누군가

이름 지어진 그리움의 크기를

재어 두고 오가는 이들에게

하나씩 떼어 가슴에 심어 주듯

백사장에 갈매기 떼와 거짓 없이

배를 띄우고 배를 채우고 어기여차

그간의 술 한 잔에 회 한 사발로

순항의 길로 접었다


#그리움의_해독

-오규원 김영태 천상병 시인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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