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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상

by 은월 김혜숙

새벽부터 서둘러

더 벌려고 기웃기웃하다

일감 하나 건져 전쟁처럼

치르고는 그놈의 세상

한 조각 집어 들고

터덜대고 돌아오는 길


먼데 산 뉘엿뉘엿 저무는

해넘이 끝머리 닿으면

서로서로 밀림 숲 속에서

우르르 빠져나오는 듯

빌딩 안 사람들 각자의 길 가고


그제야 온몸이 둘둘 말려

착착 머릿속 사면 안으로

들어서며 듣는 것도 보고 싶지도

않은 것도 자연스레 보이는 것들


오늘따라 세탁소에서

웃음소리가 커지고

호프집 여주인이 탁자를

내놓으며 던지는 상냥한

눈인사


동네 어귀 아파트 불이

하나 둘 눈을 뜨면

귀갓길 어깨가 슬슬

간지러워지고 천근의

저울을 달고 끌고 가는

마차처럼 덜커덩거린다


마침 주방에 불이 켜지면서

하루를 씻어 헹궈 널어

놓으면 오늘 참 질기게도

잘 살아 냈다는




[하루]-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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