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더욱 격조를 높이는 단풍이
앞다투어 한참 산과 들에
오색 잔치 중이다
.
오지 않는 짝을 기다리며
앞마당에 매어둔 순둥이는
설 밖을 내다보며 연신 짖어댄다
.
누군가 앞산 자작나무 사이로
단풍 옷을 입고 자박이는
걸음으로 올 것을 기다리며
살며시 다리를 가지런히 접고
얼굴을 올려두고 생각에 잠기는 날
.
뒷짐을 지고 방문을 열어
저녁연기 물고 나오는 뒤에
창호지 문 사이로 보이는 인기척
늙은 감나무사이로
저녁나절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따라
마을이 온통 가을로 검불이 타오른다
.
눈을 열어 응시하는
가슴은 환희 외마디를
끌고 두 눈이 머리꼭지까지
올라가는 그런 날에
내 청춘이 피어오를
꼭 그때처럼 붉은 날 되었다
.
《가을 풍경》ㅡ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