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by 은월 김혜숙

제 살을 다 벗겨내면서
허공에 밤낮으로
일필휘지 하듯
구름 두께만큼 하루를 기록하고
.
가지 끝에 날아와 앉은
새의 두 다리를 빌려
역사를 쓰고 또 쓰다
숨 고르는 팔다리
.
이젠 그도 나도 앉았다가
무심히 일어설 때마다 뚝뚝
가지 부러지는 소리
.
무수한 날 천둥과 번개가
잔설 가지에 잦게 왔다 가는 소리
.
[ 고목]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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