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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

by 은월 김혜숙

가을이 깊어갈수록
가을걷이로 텅 빈자리

맑은 하늘 아래 산과 들
나무의 잔가지와 잎사귀를
스산히 부는 바람손이
어루만질 때마다

하나둘씩 떨어질
그 이름 조용히 불러 세우는
정원 모퉁이

나무와 꽃들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마치 백로가 지나

곧 낡아갈 것들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

남겨둘 서넛 이름 짓는 계절


그간의 열정으로 피워낸

모든 것을 불러 세울 때

멀고 가까이 멈춘 산과 들도

쾡한 눈동자에 반사된

노란 들국도 살짝 흔들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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