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갈수록
가을걷이로 텅 빈자리
맑은 하늘 아래 산과 들
나무의 잔가지와 잎사귀를
스산히 부는 바람손이
어루만질 때마다
하나둘씩 떨어질
그 이름 조용히 불러 세우는
정원 모퉁이
나무와 꽃들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마치 백로가 지나
곧 낡아갈 것들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
남겨둘 서넛 이름 짓는 계절
그간의 열정으로 피워낸
모든 것을 불러 세울 때
멀고 가까이 멈춘 산과 들도
쾡한 눈동자에 반사된
노란 들국도 살짝 흔들림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