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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Oct 27. 2024

당신과 나의 계절

쓸쓸한 시간이 왔습니다

긴 날, 서로의 거리를 두고
계절이 서너 번 오가며
가신 곳의 언저리마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고,
붉은 단풍이 물들어가며
노란 잎들이 바람에 휘청이다
낙엽은 수없이 쌓여갔습니다 


도심의 빌딩을 벗어나
가끔 자리가 옮겨지는 곳에서
산과 들, 강가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울었습니다


어느새 버려진 시간과 버려진 날들을
이제는 당연함으로 맞이할 때마다

멀지 않은 현생을 두고
갖은 무게를 비우는 날이 다가오면,

그럴 때마다

내 것을 다 내려두고 다섯 잎 단풍잎에

내 손을 포개겠다 생각했습니다


나와 당신의 지난 시간이 온통 붉고 노란

늘 변함없는 가을이었다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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