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비

다리 다쳐 몇 주째 병원 다녀오면서

by 은월 김혜숙


다리를 다치고 나니 세상이

갑자기 높아졌다

계단 하나, 턱 하나 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숨을 고른다


아침이면 병원 가야지 생각은 쉬운데

몸은 그렇지 않다 걸음이 말처럼

따라주지 않고 차 없인 나서기도 힘겹다


길가에 선 나무를 보았다

부러진 가지 하나 매단 채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견디고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


누가 고쳐주지 않아도 그 자리에

뿌리박고 자신을 안고 있었다


들꽃도 마찬가지다 허공의 무게를

껴안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피었다가 저문다

.

사람과 자연은 다르다지만

아프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은

별로 다르지 않더라 비가 오고

옷이 젖어도 그건 결국 내 몫이라는 것을

개는 하늘은 오지만 그 또한

혼자 맞이해야 할 날 그러니 이제는 받아들이자는 것


혼자인 것도 감당하는 것도

그저 살아가는 일 중 하나라고

그리고 문득, 젖은 창문 너머 나무가 흔들린다

비를 맞으면서도 어디 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다


그래, 그렇게 서 보련다

흔들리되, 꺾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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