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능선에
겨울의 마지막 숨이 풀리면
바위틈마다 햇살이 먼저 몸을 푼다
서두르지 않는 산은
늘 봄을 정확한 속도로 내려보낸다
장자호수공원,
물은 아직 차가운데
빛은 벌써 동그랗다
걷는 사람들의 어깨에
말 걸 듯 내려앉는 오후,
호수는 도시의 심장처럼
조용히 박동한다
전통시장 골목에서는
봄이 먼저 냄새로 온다
손끝에 묻은 흙과
흥정의 웃음 사이로
살아 있다는 감각이
값도 표도 없이 오간다
한강둔치에 서면
바람이 도시의 나이를 묻는다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자전거 바퀴가 시간을 밀고
강물은 아무 말 없이
계절을 앞서 흘러간다
동구릉의 숲,
오래 잠든 이름들 위로
새순이 예의를 갖추듯 돋는다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이
한 뿌리로 이어져 있음을
나무는 이미 알고 있다
도시는 지금
살이 오르는 중이다
추위로 마른 마음에
기대라는 윤기가 돌고
다가오는 봄을
기다림이 아니라
생활로 받아들이는 곳
구리,
아직 꽃은 없지만
도시 전체가
곧 피어날 얼굴을 하고 있다
[살이 오르는 봄 도시] ㅡ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