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 동기에게 연락을 했다.
‘저는 6시에 퇴근 가능할 것 같아요.
몇 시에 퇴근하세요?’
‘저도 6시에 퇴근 가능합니다.’
'그러면 1층에서 봬요.’
‘제가 차를 가져와서 건물 앞에서 만나시는 건 어떠세요?’
‘네, 좋아요.’
다른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조별 과제를 같이 한 이후에 점점 친해졌었다.
'오늘이야?'
'응. 맞아'
'체하는 거 아니야?'
'그럴 것 같은데.. 큰 일이긴 해..'
'대화하다가 땀날 것 같아'
신주영 사원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라는 말에
음식, 여행, 요즘 보는 예능 또는 영화, 드라마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노트북을 끄고 덮은 뒤 가방에 넣고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가 멈춰서 창문을 내렸다.
열린 창문 사이로 동기가 말을 걸었다.
“타세요.”
“아, 네”
뒤에 차가 밀릴까 봐 빨리 차에 탔다.
차를 타고 가게로 이동하는 동안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팀은 어떤지, 음식은 뭘 좋아하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메뉴판에 적힌 메뉴 중에 아무거나 빨리 골라서 시켰다.
최대한 사회성을 끌어올려 저녁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공감대가 있는 인턴 때 이야기도 하고, 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제가 지민 님이 있는 팀으로 갔어야 했는데”
“네?”
“저번에 서용보 차장님이 저보고 지민 씨는 메일 보내는데 너는 뭐 하냐고,
너도 얼른 현장 돌아다닌 거라도 메일 써서 보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 한 번 보내세요. 얼마나 돌아다니셨어요?”
“좀 멀리 떨어진 현장까지 가야 해서 운전을 진짜 많이 해요.”
인턴 때 느꼈던 살짝의 위화감을 또 느꼈다.
‘아 이래서 별로 안 친해졌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서에서 준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달받은 데이터를 나누고 각자 맡은 부분을 분석하는 업무였다.
나중에 해당 데이터를 다시 합쳐야 했기 때문에
데이터 분류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룹 메신저를 생성했었다.
그런데 대답이 전혀 없었다.
'메신저가 안 보이셔서 그런 건가?' 싶어서 개인 메신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느껴져서 다른 인턴 하고만 연락을 이어갔었다.
업무를 받은 지 나흘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동기의 데이터 분류 및 분석 완료 메일을 받았다.
그 이후에서야 메신저에 대한 답을 했었다.
'너무 심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넘겼었다.
‘친해지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이후엔 무난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밥을 먹었다.
중간중간 답답함을 느꼈지만,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다.
저녁을 마무리하고 가게를 나왔다.
“형일 님, 다음에 봬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동기가 차에 타서 떠나는 걸 보고 걸음을 옮겼다.
정말 긴 하루였다.
해가 이미 저물어 있었고, 거리를 비추는 가게의 조명들이 켜져 있었다.
가방을 고쳐 메고 택시를 잡으러 대로변으로 걸어갔다.
도로 위를 비추는 차들의 전조등이 환하게 빛나며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