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14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지민 씨”

“네”


강정국 과장이 급한 듯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자리에 다가가자 의자에 앉은 채로 조용히 말을 건네왔다.


“지민 씨, 나 한번 도와줘요.”

“네. 어떤 거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10분 뒤에 노트북 챙겨서 9층 회의실로 와요.”

“네.”

“다른 사람한테 비밀로 해요.”

”네.”


대답은 했지만 궁금함이 가득한 눈을 숨길 수 없었다.

‘어떤 걸 부탁하려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눈에 담겼다.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눈동자가 움직였다.


“사실 자격증 시험 떨어져서, 지민 씨한테 부탁 좀 하려고요.”

“아 넵,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어떤 업무를 시키려고 하는 걸까'하며 살짝 올라왔던 걱정이 가라앉았다.

자리에 돌아와서 업무 폴더에 정리해 뒀던 문제와 풀이를 찾았다.

다행히 아직 삭제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빠르게 사무실을 나가는 강정국 과장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회의실에 가기 전에 한 번 더 훑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정국 과장과 이기호 차장이 앉아있었다.


“어?”


뜻밖의 인물이 있어서 살짝 놀랐다.

강정국 과장이 내가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임을 눈치채고 말을 했다.


“회의실에서 회의한다고 했거든요.”

“아~ 네”


“이걸 떨어져 가지고 부탁을 하냐. 제수씨는 너랑 결혼 왜 했대”


이기호 차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지민 씨, 부탁해요.”

“넵.”


미리 준비된 모니터를 내 쪽으로 조금 돌리면서 대답했다.

노트북 화면 속 화상 회의 창에 시험을 보는 사람들 얼굴이 보였다.

정해진 시험 시간이 다가오자 메일이 왔다.


“지민 씨, 메일 왔어!”

“넵”


강정국 과장이 메일 속 문제지를 다운로드하고 모니터에 띄웠다.

문제지를 같이 보면서 풀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다행히 쉬웠다.


“과장님, 제출해도 되겠는데요?”

“벌써요? 다시 한번 확인해봐요.”

“네, 다시 봐볼게요.”


풀이를 다시 확인했지만 고쳐야 할 부분을 못 찾았다.

제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님, 제출해도 될 것 같아요.”

“알겠어요. 지민 씨”

“넵”


모니터에 고정해던 시선을 돌리자 강정국 과장이 엄지를 세우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누구한테 말 안 했죠? 정인영 대리한테도?”

“네, 말 안 했어요.”

"고마워요."

"네"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웃으며 대답했다.

회의실에 오기 전에 조용히 노트북만 챙기고 빠른 걸음으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무도 어딜 가냐고 묻지 않았었다.


"시험 다 봤냐?"

"예. 지민 씨 빨라"


"지민 씨, 한 5분 있다가 내려가세요."

"네"


"우리는 한 30분만 더 있다가 내려가자"

"뭘 또 시키려고요?"


이기호 차장의 말을 듣고 조금 더 머물렀다가 먼저 사무실로 내려왔다.

덮었던 노트북을 다시 켜자 동기의 메신저가 와있었다.


'지민아, 너도 봤어?'

'뭘?'

'시험..'

'봤지. 언니도?'

'응... 몇 명이었게?'

'어..? 두 명..?'

'네 명.. 이게 맞냐?'

'네 명?!?!?!'

'내가 다른 동기한테도 물어봤는데 거기도 그랬대.'

'고생했어..'


내가 속해있는 팀은 젊은 편이라는 걸 대화하면서 더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은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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