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이번에도 회사 건물을 나와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은 가까운 데 갈까요?”
“네. 그러시죠.”
커피숍에 들어가자 대리님들이 멀리 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누군지 전혀 모르지만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민 씨 단톡방에 초대해 줘야겠다.”
“단톡방이요?”
“저희들끼리 하나 있거든요.”
“아, 네네”
“초대 됐다. 됐어요?”
“네 됐어요.”
“인영아, 혹시 이종민 부장님 초대한 거 아니지?”
“아니야”
어색한 웃음을 살짝 지으며 초대받은 단톡방에 누가 있는지 봤다.
“아직 안 나가셨네?”
“타이밍 놓쳐서 못 나갔다더라”
“아~”
이름만 아는 동아리 선배였다.
‘여기 부서 다니셨구나?’ 생각하며 인사를 남겼다.
어차피 다들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답을 남기는 분은 없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대리님들이 연수를 받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요즘 연수원 가나?"
“연수원에서 재밌었는데”
“주말마다 나와야 하는 건 싫지 않았어?”
“밥이 맛있었지.”
조용히 들었다. 연수원에 가면 저런 일들이 있구나 하면서.
“지민 씨는 갔어요?”
“아니요. 저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갔어요.”
“아, 맞다.”
“그럼 교육은 받았어요?”
“2주 온라인 교육받았어요.”
“아.. 아쉽겠네”
“동기들은 알아요?”
“몇 명 아는데 아직 많이 친해지지는 않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갔다.
마시다 만 커피를 챙기고 사무실에 돌아와 앉았다.
자리를 비운 사이 꺼져 있던 노트북 화면을 켜자 사내 메신저 아이콘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동기였다.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콘을 누르자 대화 창이 켜졌다.
‘안녕하세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네. 돼요.’
‘뭐 드실래요?’
‘전 상관없어요.’
‘그럼 만나서 정하시죠.’
‘넵, 퇴근 전에 연락드릴게요.’
속으론 ‘큰일 났다. 먹다가 체하겠다.’ 생각했지만,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약속을 잡았다.
‘정적이 가득한 저녁이 되겠는데…?’ 고민이 됐다.
머리가 살짝 아파와서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문질렀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메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정인영 대리가 말을 걸었다.
“지민 씨. 지금 바빠요?”
“아니요. 괜찮아요”
“잠깐 와볼래요?”
“넵”
고개를 돌려 대답을 하고 앉은 채로 의자를 굴려서 옆으로 갔다.
“준비해야 하는 업무 하나 알려주려고요.”
“아 네네. 잠시만요.”
다시 발로 땅을 밀어 의자를 굴려서 책상 앞으로 간 뒤 수첩을 챙겨서 돌아왔다.
“네. 알려주세요!”
정인영 대리가 엑셀을 켜서 업무를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건 수량이 많아서 나눠야 하거든요? 이렇게 나눠서 하면 돼요.”
드래그하면서 수량을 나누는 시범을 보여줬다.
“한 번 해볼래요?”
“넵..!”
수첩을 들고 대답을 한 뒤에 의자를 굴려 자리로 돌아왔다.
키보드 아래쪽에 수첩을 펼쳐 놓고 모니터를 보면서 적어 놓은 걸 따라 했다.
10개 남짓 드래그를 하다가 함수를 이용해야겠다 싶었다.
마우스로 하기엔 수량이 너무 많았다.
“대리님, 다 했어요”
“아, 다했어요?”
“네. 한 번 봐주실래요?”
“네.”
자리로 정인영 대리가 의자를 옮겨 와 준비한 내용을 확인했다.
“잘하셨네요.”
“그래요? 다행입니다.”
“팀에 메일 보내주세요.”
“넵!”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메일을 썼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가볍게 느껴졌다.
어느새 오후 회의 시간이 되어 회의실로 향했다.
익숙하게 책상 끝 모서리에 앉아있었는데 처음으로 이름이 불렸다.
“지민 씨. 오늘 작업 준비 다했나요?”
“네. 했습니다.”
“내일이랑 다음 주 작업은 정인영 대리가 한번 봐주세요.”
“다음 주 작업까지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살짝 긴장됐지만 대답을 잘 마무리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정인영 대리가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도 정인영 대리를 보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