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오전 회의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옆에 있는 모니터에 아웃룩을 띄우고 메일을 읽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대리님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왜.. 나만 앉아있는 것 같지?’
위화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대리님들이 사무실 의자를 옮기며 주변을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정리하고 있었다.
‘아..!’
회의실을 나가기 직전에 이기호 차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회의 끝나고 간단하게 사무실 정리 한번 하시죠.”
울상 지으면서 빠르게 일어났지만 이미 거의 정리가 마무리 단계였다.
부랴부랴 정리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닦여진 책상을 괜히 한 번 더 닦았다.
회의를 해도 어차피 모르는 말들 투성이라 집중하지 않았더니,
사무실을 정리하자고 했던 말도 흘려보내버렸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필기구들을 한쪽으로 정렬해 정리했다.
혼자 찔려서 차장님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말을 선뜻 걸지 못했다.
정리를 끝내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의자를 옮기는 소리가 났을 텐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 멍청하게 그냥 앉아있었네..
이상하게 보겠는데, 큰일이다.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손을 모아 턱에 괴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자격증 시험 시간이 다가와서 겨우 떨쳐냈다.
인턴 때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어서 시험 준비는 쉬웠다.
시험 전에 부서에 예제 문제 풀이 메일도 공유했었다.
“이지민 사원! 나 한 번만 알려줘!”
이종민 부장이 자리에 앉아서 책상 위로 손짓을 하며 나를 불렀다.
“네”라고 대답하며 빠르게 일어나서 근처로 갔다.
“네 부장님, 어떤 거 때문이세요?”
“이거 내가 다음 액티비티를 연결했는데 실행이 안돼, 왜 그래?”
“잠시만요.”
이종민 부장의 손에 있던 마우스를 넘겨받고 모니터 속 화면을 바라봤다.
말대로라면 이어져 있어야 하는 선이 이어져 있지 않았다.
마우스를 움직여 블록 사이를 연결했다.
“부장님. 이제 해보시면 될 거예요. 여기 선이 빠져있었어요.”
“아 그래~ 고마워. 내가 한 번 해볼게”
“네”
마우스를 다시 이종민 부장의 손 앞으로 올려두고,
뒤로 물러나 잘 동작하는지 지켜봤다.
“되네! 고마워”
“네!”
멍청이라며 자책했던 것도 잠시, 내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 시간이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는 더 쉬웠다.
이미 풀이를 끝냈지만, 혹시 오류가 있을까 봐 한번 더 확인했다.
다들 시험을 보고 있길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에 가서 텀블러에 물을 떠 왔다.
자리로 돌아오며 이동윤 대리의 모니터를 슬쩍 봤다.
오류가 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대리님. 이거 먼저 지정해줘야 하는 게 있어요.”
“아 그래? 어떻게 하면 돼?”
“마우스 잠깐 줘 보실래요?”
마우스를 넘겨받아 오류를 수정했다.
“이제 될 거예요”
“응. 땡큐”
“넵”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민 씨. 나 한 번만 도와줄래요?”
“네”
이기호 차장이 도와달라며 불렀다.
자리 근처로 가 뒤에 서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어떤 게 안되시는 거예요..?”
화면을 봤지만 오류 표시가 없어서 어떤 게 작동이 안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 이거 제출하기 전에 돌려보려고 하는데 안되네?”
“음.. 잠시만요...”
마우스로 여러 군데를 클릭했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 예”
멋쩍게 다시 뒤로 물러나서 화면을 바라봤다.
“예. 자리로 가셔도 돼요”
“넵”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아는 척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줬는데, 이번엔 실패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아.. 민망하네..’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반대편에 앉은 강정국 과장이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왜 안되지.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형민아?”
“쉬운데 뭐가 안 돼요. 그냥 누르다 보면 돼요.”
“안되는데, 광호야!”
강정국 과장이 시험을 끝내고 자리를 옮기며 이야기를 하고 다니던 정광호 대리를 불렀다.
정광호 대리가 빠르게 다가갔다.
“왜 불러요.”
“이거 해줘. 안돼”
“이걸 왜 못한대?”
정광호 대리가 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들렸다.
“됐죠?”
“오 됐다. 제출해야겠다.”
시험이 끝나자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