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16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지민 씨”


발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사무실 바닥의 구불구불한 무늬를 보면서 걷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를 들었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누가 불렀지?’하면서 사무실을 한 번 돌아봤다.


이기호 차장이 자리에서 사무실 쪽으로 오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발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가까이 다가갔지만 시선을 모니터에 둔 채로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말을 걸어도 되는 건가 싶어서 망설여졌다.


“저.. 차장님 어떤 거 때문에 부르셨나요?”

“별 건 아니고요, 이제 슬슬 주말 근무 들어가야죠?”

“아”


말을 듣고 나자 근무가 표시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주부터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네..!”

“야간은 다음 달부터 들어 가게요.”


잠깐 대답을 망설이자,

이기호 차장이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할 말 있어요?”

“아, 아니요. 알겠습니다.”

“이거 써서 주실래요?”

“네.”


건네는 서류를 받아서 무슨 내용인지 확인했다.

동의서에 날짜, 소속, 이름, 서명을 적어야 했다.


“가서 쓰고 가져오세요.”


옆에 서서 서류를 바라보고 있자 자리에 가서 쓰고 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아”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보던 시선을 그제야 올렸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자리에 서서 볼펜을 찾았다.

책상 위에 둔 볼펜이 보이지 않았다.

버릇처럼 다 쓰고 나서 필통에 넣었던 것 같다.

다시 꺼내 날짜와 이름을 빠르게 썼다.

그대로 돌아서 다시 이기호 차장의 자리로 갔다.


“여기요.”

“필통 오랜만에 보네.”

“네?”

“아니, 우리는 그냥 펜 던져두고 쓰잖아요.”

“아..”


그 말을 듣고 사무실의 책상을 둘러보자 아무도 펜을 꽂아둔 사람이 없었다.

책상 위에는 칫솔, 치약, 텀블러, 모니터 받침대 용 책이나 박스가 있었다.


“신입 때만 잠깐 들고 다녔던 것 같은데”

“아”

“할 말 없으면 그렇게 모든 말에 리액션 안 해도 돼요.”

“아.. 네”


짧게 내뱉는 말들이 다 감탄사일 뿐이었다.

멋쩍은 마음에 귀 뒤를 긁적였다.


“예, 자리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이기호 차장이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끝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또 용건이 끝났는데도 멀뚱 거리고 서있었구나 싶어서 빠르게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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