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17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받은 메일함 속 비슷한 메일을 찾았다.

준비한 작업에 포함된 단어를 검색하자 찾을 수 있었다.


제목과 본문을 복사한 뒤 메일에 붙였다.

내용을 살짝 수정한 뒤에 한번 더 확인하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곧 이어서 나에게도 온 메일을 또 읽어보았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줄곧 바라보고 있던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옆을 바라보았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정광호 대리가 보였다.


잠깐이었지만, 눈이 마주쳤다.

빠르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리를 보다가 잠깐 이쪽을 본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움직였다.

발소리가 들려서 자리로 가나 보다 했는데 자리에 앉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민 씨”

“아, 네”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었다.


“명함 어디다가 팔아먹었어요?”

“네?”


갑자기 명함이라는 말을 듣자,

‘명함? 그게 왜?’라는 물음이 얼굴에 드러났다.


“메일에요.”

“메일이요?”

“한 번 확인해 봐요.”

“아…네”


메일함에서 내가 보냈던 메일을 다시 열었다.

‘어디가 문제이지?’ 싶어서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음..”

“내가 보낸 메일 열어봐요”

“네”


마우스를 움직여 정광호 대리가 보낸 메일을 열어보았다.

‘내가 보냈던 메일이랑 뭐가 다르지?’ 싶은 마음에 확인했지만 다른 게 없었다.


“맨 밑에”

“밑에...아!”


“지민 씨가 보낸 메일에는 명함이 없죠?”

“아, 그러네요”


“명함 넣을 줄 알아요?”

“아뇨..”


정광호 대리가 손을 내밀길래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건넸다.

몇 번의 클릭 이후에 메일 속에 명함이 붙여졌다.

신기한 마음에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잔박수를 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이런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게요.. 감사합니다.”

“잘해요.”

“네”


도움과 함께 핀잔을 주고 정광호 대리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을 몰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내 메신저 한편에 있는 조직도를 눌러서 다른 팀의 이름을 확인했다.

정광호 대리의 옆에 있던 사람이 조성범 대리, 박동훈 과장이었다.

자주 사무실을 돌아다니던 사람의 이름을 드디어 알게 됐다.


조직도를 보고 있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곧 회의를 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텀블러를 들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한마디 씩 건네는 박동훈 과장이 보였다.


“지민 씨, 일 안 해?”

“네?”


“지민 씨가 받는 월급 나 주소.”

“아..”

“일 안 하잖아”


말을 건네고 키득거리면서 멀어지는 박동훈 과장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과장님은 일 안 하시고 왜 돌아다니고 계시나요?’라는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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