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19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그날 이후로 아빠의 직업을 회사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갈 때면 질문을 건넸다.


내가 교대 근무를 하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안 하냐고 묻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아빠가 교대 근무를 오래 하셨어서 별말씀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넘어갔다.


다음은 지원금이었다.

얼마를 받는지 궁금해하면서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 지원금 받는 거 알지?”

“네. 신청해야죠.”


주고받는 말에


“지민 씨는 얼마 받는지 궁금하네”


이런 말이 섞여있었다.

은근슬쩍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했다.


백신 접종 관련해서 가족 중에 일부 빨리 맞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것도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묻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흘리듯이 묻는 질문엔


“공무원이세요.”


라며 조금씩 대답했다.


‘왜 궁금해하는 거지?’라는 경계심 때문인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대답하면 또 다른 말을 할 게 뻔했다.

직업이 궁금한 게 아니라 경제력이 궁금한 거였으니까.


그날 이후로도 차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넘겼지만, 넘기지 못한 날도 있었다.


외근을 가야 하는 일이 팀에 생긴 날이었다.

누가 갈지를 정해야 했다.

이종민 부장과 이기호 차장은 자연스럽게 나를 제외했다.


나도 나서지 않았다.

외근 나가서 힘쓰는 일에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강명호 과장과 박동훈 과장이 불만을 토로하는 게 들렸다.


“왜 또 이런 걸 가라고 하냐”

“그니까”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튀었다.


“지민 씨”

“네?”


나를 부르는 소리에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지민 씨가 그 르노 차 끌고 갔다 와. 안 멀잖아”

“야, 너 지민 씨 차 비하 하냐?”

“어. 맞아”


대답을 들으려고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불만의 원인을 함께 나눠야 하지만 빠지게 된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재밌는 농담을 하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봤어도 못 본 체한 것일 수도 있다.

더 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를 꼭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차도, 아빠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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