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모니터 속 메일이 읽히지 않았다.
잠깐 탕비실에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상 위에 놓여있는 텀블러를 챙겼다.
그리 멀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멀게 느껴졌다.
탕비실 한편에 있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먼저 받아 싱크대에 올려두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 흘러가는 게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인도의 가로수도 눈에 들어왔다.
여러 건물들과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길을 따라 움직이는 차들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였다.
이 정도면 됐겠다 싶어서 일어나 싱크대로 다가갔다.
텀블러에 담긴 물을 버리고 차가운 물을 받았다.
넘치기 전까지 가득 채우고 나서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실수록 몸속에 시원한 느낌이 번져갔다.
한 모금 정도 마시려고 했었는데 어느새 반 넘게 마셔버렸다.
비워진 텀블러에 다시 물을 채우고 있었는데 정광호 대리가 탕비실에 들어왔다.
“지민 씨”
“네”
핸드폰을 보면서 들어오던 정광호 대리가 나를 보자 말을 걸어왔다.
“블라인드 있어요?”
“아니요.”
“가입해줄까요?”
“음.. 아니요?”
“필요 없어요?”
“굳이요?”
안경을 올리며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는 정광호 대리의 모습이 보였다.
말을 하면서 연신 핸드폰을 두들기던 손가락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탕비실을 나와 자리로 돌아왔다.
잠깐 생각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화면 속 메일의 글자가 읽혔다.
여러 메일 중 오늘 날짜가 적힌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메일 속 본문을 읽으려고 하는 도중이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비어있는 옆 자리 의자를 돌리며 정광호 대리가 앉았다.
“지민 씨, 내가 가입해 줄게요.”
“아...”
“지금 막혀있어서 명함으로 하면 돼요. 명함 줘봐요”
“아, 네..”
‘왜 이렇게 까지 적극적이지?’ 싶었다.
가입하는 거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게다가 대신해준다고 하니 알겠다고 했다.
책상 아래 서랍장에 들어있던 명함 케이스를 꺼내 명함을 꺼냈다.
“여기요.”
“아니, 6장 필요해요.”
“6장이나요?”
닫았던 명함 케이스를 열어 나머지 5장을 꺼내 건넸다.
“핸드폰도 줘봐요.”
“여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