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핸드폰을 건네고 잠깐 메일을 읽었다.
짧은 사이에 정광호 대리가 가입을 완료했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핸드폰을 받고 나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 씨. 재밌는 거 알려줄까요?”
“재밌는 거요?”
모니터를 보던 시선을 돌려서 오른쪽에 앉은 정광호 대리를 쳐다보았다.
“본사 통합운영팀 알죠?”
“회의 주최하는 곳이요?”
“네. 요즘 회의 어느 정도 해요?”
“요즘에 한 20분 정도요?”
“그거 왜 그런 줄 알아요?”
“왜요?”
“누가 블라인드에 글 썼거든요. 갑질한다고”
“갑질이요?”
“전에는 뭐 하나하나 확인했어요. 하나씩 브리핑 다 하라고 했었거든요.”
“와, 그럼 시간 엄청 걸렸겠는데요?”
“근데 그거 누가 썼게요?”
“글쎄요..”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을 듣는 느낌이라 누구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이런 걸 블라인드에 적다니, 해당 팀의 직원이라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정광호 대리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본인을 가리켰다.
“네?”
무슨 뜻인 건가 싶어서 짧게 반문했다.
내 물음을 들은 정광호 대리가 답답하다고 중얼거리며 목소리를 낮춰 말하기 시작했다.
“나라고요.”
“네?”
놀라서 목소리가 좀 커지자 정광호 대리가 조용히 하라며 눈치를 줬다.
“이거 몇 명한테 밖에 말 안 했어요. 아니 하나하나 브리핑하는 게 말이 돼요?
뭐 하나 물어보면서 자기네들 밑에 있는 하청처럼 막 뭐라고 한다니까요.”
“아… 정말요?”
“글 올리고 나서 시간 바로 줄었잖아요.”
“아…”
“이거 몇 명한테 밖에 말 안 했으니까 퍼지면 이지민이 말하고 다닌 거라고 바로 알 수 있어요.
입 조심해요.”
“네, 뭐.. 말 안 하죠.”
비밀이라고 말하지만 자리에서 대놓고 말하고 있는 정광호 대리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이라는 듯 뿌듯해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묘하게 찝찝하기도 한, 꺼림칙한 불쾌감을 느꼈다.
미세하게 찌푸려지는 눈썹을 감추기 힘들었다.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멀리 앉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