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22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맡은 일은 사소했지만 꾸준히 챙겨야 하는 업무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자, 이제 밥 먹으러 갑시다.” 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 시간을 보면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날들이 많아졌다.

오전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이종민 부장이 밥을 먹으러 가자며 나를 불렀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난 뒤에 편집하고 있던 문서를 저장했다.

그 사이에 대부분의 팀원들이 구내식당으로 올라갔다.


책상 아래 슬라이드에서 식권을 한 장 챙긴 후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신발을 갈아 신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잠깐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기호 차장이 핸드폰을 보면서 나오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으셨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깐 쳐다보았다가

엘리베이터가 언제 도착하는지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움직이는 숫자를 보면서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기다렸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이기호 차장이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하나 더 눌렀다.


“여기 느려서 한 번에 다 눌러야 빨라요.”

“아..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왔다.

빠르게 타서 구내식당 층을 눌렀다.

‘계단으로 올라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지웠다.

층 수가 많지 않았지만, 조용해서 그런지 더 오래 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익숙하게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근데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왜지?’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안쪽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이기호 차장이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올렸다.


“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먼저 내려요.”

“먼저 내리세요.”


손으로 먼저 가라는 손짓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먼저 내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발을 옮겼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게 나뿐만이 아니었다.

버튼에서 손을 떼고 나서도 손짓을 몇 번 해서 그런지 문이 닫히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은 닫혀가는데 나가려는 사람은 둘이었다.

닫히는 문과 나가는 사람들 중에 더 빠른 쪽은 문이었다.

문에 걸린 채로 ‘계단으로 올라갈 걸’이라며 깊은 후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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