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24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에 경비원을 보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면서 ‘뒷좌석이라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왜 했지?’라는 의문이 생겼다가

이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로 시선을 돌려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봤다.

실내에만 머무르다가 점심을 먹고 잠깐 밖으로 나올 때면 볼 수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의 사람들이 손 부채질을 하면서 걷는 모습이 보였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마주하고 나니까 차를 타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호 씨, 어디로 갈 거예요?”

“DT요.”


“지민 씨 DT 가본 적 있어요?”

“DT요? 네. 가봤어요”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옆을 보고 있던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대답을 했다.


“아니, 운전해서요.”

“아 운전이요? 아니요. 거긴 들어갈 수 없어요.”


“아직 DT를 못 가요?”

“왜 못 들어가요?’

“너무 좁아요.. 코너에 긁힌 자국들 보셨어요?”


코너에 그어진 많은 자국들 중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서 코너를 돌다가 벽을 긁고, 당황해서 차를 빼려고 하다가 더 긁어버리고

뒤에서는 차가 왜 앞으로 가지 않냐고 항의하며 경적을 울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더 연습을 하고 나서 DT를 들어가야만 했다.


“긁을까 봐 못 가는 거예요?”

“네.. 무서워요.”


“운전하면 안 되겠구먼”

“그거 빼면 나쁘지 않아요.”


“그거 빼면 안 되는데?”

".... 커피 뭐 드실 거예요?”


“말 돌리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굳이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커피로 주제를 바꿨다.

바꾼 주제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았지만 꿋꿋하게 커피 이야기를 건넸다.


“그럴 수 있죠. 광호 씨 뭐 먹을 거예요?”

“이번에 프리퀀시 받아야 해서 시즌 음료요.”


다행히 김명찬 대리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앞을 보고 있던 시선을 다시 옆으로 돌렸다.

빠르게 사라지고 나타나는 가로수 사이로 DT 입구가 보였다.

방지턱을 덜컹거리며 지나치고 나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벽에 긁혀져 있는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조금 더 있다가 시도해야겠다.

초보자 인증 라인이다. 하나 더 그을 필요 없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리조각 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