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제가 살게요.”
“광호 씨 또 사려고요? 제가 살게요.”
“됐어요. 처, 자식 없는 제가 낼게요.”
“그렇다면 잘 얻어먹겠습니다.”
앞 좌석에서 주고받는 실랑이를 보면서 이번에는 내 차례구나 싶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갑을 꺼냈다.
“이번엔 제가 낼게요.”
“사원은 빠져요.”
말을 하면서 지갑에서 카드를 빼서 앞 좌석으로 건넸다.
건넨 카드를 정광호 대리가 손으로 막으며 지갑에서 카드를 빼 카운터에 건넸다.
“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카드를 주섬주섬 지갑에 다시 넣으면서 대답을 마저 했다.
곧이어 앞 좌석에서 건네주는 커피를 받았다.
“후배 들어오면 그때 사요.”
“넵. 감사합니다.”
“지민 씨, 근데 지금 주말 근무 몇 번 해요?”
“주말이요? 3번이요..?”
“똑같네. 야간은요?”
“아직 많이 안 해요. 4번 정도요?”
“그래요? 계속 그렇게 한 대요?”
“아니요. 초반이라서 이 정도고 점점 늘린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순전히 멋대로구만”
“예?”
예상하지 못한 말이 들려와서 입에 물고 있던 빨대가 빠졌다.
눈이 커진 만큼, 입술 사이 틈도 벌어졌다.
“지민 씨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이기호 차장이요.”
“아... 왜요..?”
“근무 맘대로 시키잖아요.
지민 씨 들어오기 전인데, 그거 때문에 한 번 들이받은 적도 있어요.”
“정말요?”
“나만 주말에 쉬는 날도 없고, 야간도 계속 몰아 놓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하면서 싸웠거든요.
그때 열받아가지고 번호도 차단했어.”
“네? 번호를요?”
“아 광호 씨 그때 이야기하는구나. 번호 차단까지.. 대단하네요.”
번호를 차단했다는 말에 반 틈 벌어져 있던 입이 더 벌어졌다.
“그래도 돼요..?”
“알빠예요?”
“오...”
예상 밖의 대답을 듣게 되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감탄사 외에 다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나중에 내가 차단한 거 알고 업무 관련된 소통이 필요한데 차단하면 되겠냐고 하면서
근무 조정해 준다고 하길래 차단 풀었죠.”
정광호 대리가 키득거리면서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뒷좌석에 앉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광호 씨, 그럴 수 있죠.”
조용해진 차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는 김명찬 대리의 웃음소리가 너무 인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