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어느덧 점심시간에 팀원들과 같이 마신 커피를 마신 횟수가 많아졌다.
두 명이서 마실 때도, 세 명이서 마실 때도, 다섯 명이 넘게 마실 때도 있었다.
대부분의 날은 듣는 쪽이었다.
가만히 서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어지는 말에 내 의견을 조금 덧붙이는 날들이었다.
커피를 결제한 적도 손에 꼽았다.
누가 낼 지 정하기 위해서 가위바위보를 할 때
스리슬쩍 손을 내밀어 참여하려고 하면
누군가 발견해 손을 뒤로 밀며 다음에 사란 말을 건넸다.
세 명 이상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갈 때면 이야기를 들으면 됐지만,
두 명이서 커피를 마시러 갈 때가 문제였다.
카페에 앉아서 서로 말없이 핸드폰만 하다가 사무실로 들어간 적도 있었다.
두 명이 남게 되면 다른 부서의 팀원에게라도 전화해서
어색함을 덜어보려고 하는 상사도 있었다.
몇 번 반복되자 나만의 스몰토크 주제를 찾아냈다.
차.
차를 사려고 했으니까 마침 딱이었다.
어떤 차가 좋은지, 어떤 옵션으로 샀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다양했다.
오늘도 그런 하루 중에 하나였다.
곧 있을 점심시간에 카페를 가면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차 이야기를 하면 됐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메일을 쓰고 있었는데,
정광호 대리가 다른 팀원과 하던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중에 옆자리로 왔다.
“지민 씨”
“네?”
“요즘 분석 업무 관련해서 시키는 게 좀 많죠?”
“아니요. 그다지요?”
신입들을 모아서 분석을 하고 솔루션을 도출해 내는 업무 때문에
몇 번 출장을 간 적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어서 일이 많지는 않다고 답을 했다.
정광호 대리가 내 표정을 잠깐 훑더니
비어져 있던 의자에 앉으며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줬다.
“블라인드에 분석 업무 많이 시킨다고 욕하는 글 올라왔던데”
“블라인드예요?”
핸드폰 화면 속에 분석 업무를 왜 시키냐는 식으로 불평을 하는 글이 보였다.
바쁜데 해봤자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쏟는 게 싫다는 식의 글이었다.
“지민 씨가 쓴 거 아니에요?”
“네? 아닌데요?”
“그래요? 아니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길래 지민 씨가 쓴 줄 알았네.
요즘 분석만 하고 있길래.”
“저 아닌데요.”
“아님 말고요.”
정광호 대리가 핸드폰을 다시 가져가며 쓰고 있던 안경을 추켜 올렸다.
안경 너머의 눈이 내 표정을 분석하는 듯 보였다.
불쾌감이 담긴 표정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드러내며 의심 자체가 기분 나쁘단 티를 냈다.
그러자 별 말을 이어가지 않고 정광호 대리가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업무를 마저 끝내자 점심시간이 딱 됐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로 향하는 길이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앞 서가는 팀원들과 다른 팀 팀원들이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게 느껴졌지만,
잘 따라오는 건지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카페로 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