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카페에 들어가자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주문하면 커피를 기다리다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할 것처럼 보였다.
다른 데를 가자고 하면서 이종현 차장이 먼저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잠깐 서서 망설이던 사람들이 이내 밖으로 향했다.
길 건너편의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로 갔다.
도착하기 전에 어떤 걸 마실 거냐고 묻는 정광호 대리의 질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대답을 했다.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기다리는데 천장의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다.
마스크 안의 뜨거운 숨이 다행히 점점 식어갔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찬 바람을 쐬자 걸어오는 동안 느낀 더위가 달아났다.
“지민 씨”
옆 테이블에서 이종현 차장이 나를 불렀다.
거의 대화를 해본 적 없었기에 ‘왜 부르시는 거지?’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지민 씨, 블라인드 있어요?”
“아, 네 있어요. 정광호 대리님이 깔아주셨어요.”
“그래요? 아~”
이종현 차장이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옆에 있던 김명찬 대리를 바라봤다.
김명찬 대리도 이종현 차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정광호 대리님이 깔아줬다고 말한 거 때문인가?’
싶어서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깔았다고 해야 했나?’ 라며 잠깐 고민했지만,
‘깔아준 걸 깔아줬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으니까.’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때마침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진동벨이 울렸다.
‘징’하고 울리며 진동벨이 서서히 회전함과 동시에 책상에 올려두었던 팔에도 진동이 전달됐다.
“제가 가져올게요.”라고 말하고 진동벨을 챙겨서 카운터로 갔다.
쟁반 두 개에 음료수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혼자서 이걸 다 들고 가긴 무리니까 두 번 왔다, 갔다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손이 나타나더니 진동벨을 내려두고 쟁반을 들어 올렸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이동윤 대리였다.
두 개였던 쟁반이 한 개가 됐다.
한번 더 안 와도 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를 가져와서 테이블에 놓고 각자 시킨 음료에 맞게 앞에 뒀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정호준 대리와 정인영 대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지민 씨, 연수원 가봤어요?”
“저요? 아니요.”
“동기들은 알아요?”
“이제 몇 명 알아요. 좀 친해졌어요.”
“연수원 밥 맛있는데 안 먹어봤어요?”
“구내식당이랑 달라요?”
“다르죠.”
저번에도 했던 연수원 질문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몇 번 말했는지 세 번까지 횟수를 세고 멈췄다.
아마 또 물어볼 테니까 처음 듣는 것처럼 질문을 하며 대답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