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어느덧 회사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날이 많아졌다.
평일 저녁일 때도, 주말 낮일 때도, 주말 저녁일 때도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주문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노트북 너머로 다른 분들이 뭘 하고 있는지 먼저 한번 확인했다.
다들 해야 하는 업무 정리를 끝내고 잠깐 쉬고 있었다.
“과장님.. 저녁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저요? 글쎄요.”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강명호 과장이 대답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분은 뭘 하고 있나 고개를 돌려 봤지만, 똑같이 핸드폰을 하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제가 찾아본 건 설렁탕, 국밥, 덮밥인데요.
이 중에서 하나 골라주세요.”
미리 찾아봤던 음식점 메뉴를 말하면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뭐야 지민 씨, 집에서 찾아왔어요?”
강명호 과장이 건넨 핸드폰을 받으면서 살짝 놀란 듯이 말을 내뱉었다.
“요즘 MZ는 달라. 먹고 싶은 걸 바로바로 말해”
근처에 앉아있던 이종현 차장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냥 야간 하다가 시간 진짜 많이 남을 때 괜찮아 보이는 곳 찜 해놨었어요.”
뭔가 겸연쩍어서 귀 뒤를 긁적이면서 말을 덧붙였다.
전에 강명호 차장과 같이 근무할 때
배달음식 메뉴를 정하는 게 내가 회사에서 하는 결정 중에 제일 중요한 결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말을 들은 탓인가, 덕인가
그 이후로는 무조건 배달 음식을 종류 별로 3개 정도 정하고 그중에서 골라 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그중에서 고르고 저녁을 먹었지만,
가끔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생겼었다.
“여긴 배달 전문점이네”
“국산이 아닌데?”
“매장 있는 곳 맞아?”
이런 말이 들려올 때는 다시 어플을 뒤져서 메뉴를 찾아야 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바로 하나를 정해서 시켜도 되는 날 중에 하나였다.
“지민 씨, 그래도 지금은 나아졌다.”
“왜요?”
“지금은 어플이 있잖아. 예전에 없어 가지고 책자에 있는 거만 먹을 수 있었어”
“아 그래요?”
이종현 차장의 말을 듣고 보니까 대학생 때부터 어플을 자주 쓰던 게 생각났다.
어느새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어플이 전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만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