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배달 음식을 받으러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창문 너머 거리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고,
꺼져 있던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1층에 도착해 건물 뒤편으로 이동하는데
슬리퍼와 바닥 사이 마찰음이 크게 들렸다.
소리를 듣다 보니 초반에 사무실을 나갈 때면
신발로 갈아 신었던 적이 떠올랐다.
신발장 눈높이에 ‘사무실 외 슬리퍼 금지’라고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신발을 넣고 슬리퍼를 뺄 때면 신발장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컸었다.
‘언제부터 신발로 갈아 신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었지?’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때도 여지없이 신발로 갈아 신고 사무실을 나갔다가 들어왔었다.
자리에 가까이 가자 반대편 강정국 차장 자리 옆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정광호 대리가 말을 걸어왔다.
“지민 씨, 나갈 때마다 신발 갈아 신어요?”
“네”
당연한 걸 묻길래 ‘왜 물어보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정광호 대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정광호 대리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딱딱거리는 소리 지민 씨가 범인이였구만”
“왜요? 신발장에 갈아 신으라고 붙어있던데요?”
“그걸 누가 갈아 신어요. 잠깐 나갔다 오는 건데”
“그래도 돼요?”
“돼요. 아무도 안 갈아 신어요.”
“그렇군요..”
“갈아 신을 거면 조용히 신던가”
“넵”
처음 깨달았다는 놀라움으로 인해 살짝 벌어졌던 입을 대답과 함께 꾹 닫았다.
의자를 돌려 자리에 앉으면서 눈앞에서 보이는 장면을 외면하려고 했다.
정광호 대리가 검지 손가락을 흔들면서 강정국 차장에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생각과 함께 걸음이 느려지자 마찰음 소리가 줄어들어 갔다.
진동음이 울려 핸드폰을 보자 배달원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건물에 도착했는데 어디냐고 묻는 목소리를 들으며 뛰기 시작했다.
유리창 한편을 밝히던 불빛이 오토바이의 불빛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나가자 당연히 있어야 할 헬멧을 쓴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근처를 서성이고 있자, 사무실 안에 있던 경비원이 다가왔다.
“음식 안에 두고 갔어요.”
“아, 감사합니다.”
경비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비닐봉지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두 손으로 배달 음식을 들고 목에 걸어둔 사원증을 출입 인증 리더기에 대기 위해서
몸을 숙였다가 피는 걸 두 번 정도 반복하고 있었다.
경비원이 출입 키를 안에서 인증해 문을 열어주면서 말을 건넸다.
“옆에 열려 있어요.”
“감사합니다...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건네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뛰어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뛰어가기엔 이상해 보일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