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승진자 회식 날이 잡혔다.
장소가 정해지기 전에 강정국 과장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뭐든 좋다고 대답을 하자마자 자리에 다가오던 속도랑 똑같이 강정국 과장이 멀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피우고 와서 잠깐 말을 걸어왔다.
“회식 장소 정해졌어요.”
“아 그래요? 좋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양손으로 들고 좋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웃음을 터뜨리며 멀어지는 뒷모습이 보였다.
승진자 발표가 나던 날,
야간에 출근하자마자 왜 축하 인사를 안 보냈냐고 물어보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난 당연히 지민 씨가 문자 보낼 줄 알았는데, 기억해 둘 거예요'라며 농담처럼 여러 번 건넸던 말도.
마음에 걸려서 기프티콘을 보내자
이런 거 줄 필요 없는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것도.
회식 날이 되자 근무가 끝나는 6시에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누구 차를 타고 갈 건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에게도 차를 가져왔냐고 묻는 팀원들이 있었다.
어떻게 차를 타고 가는 건지 궁금했지만, 곧 알게 되겠지 생각하면서 짐을 챙겼다.
이제 차장이 된 강정국 차장과 둘이 회식 장소로 가게 됐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앞에 도착하자 강정국 차장이 살짝 놀란 말투로 말을 걸었다.
“이 차예요?”
“네. 타세요”
대답하며 문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차에 키를 꽂아 시동을 걸었다.
이제 익숙해져 있었다.
“이래서 이기호 차장이 안 탄다고 했구먼”
“네?”
“아니에요”
‘무슨 소리지?’ 싶었지만 굳이 더 묻지 않았다.
‘내 차에 안 탄다고 했었나 보네’까지만 생각하고 생각을 멈췄다.
회식 장소에 아무 일 없이 도착하는 게 더 급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어떻게 가는지 알아요?”
“네, 거리뷰 이미 봤죠.”
누구를 옆에 태우고 운전하는 일이 드물어서 긴장됐다.
아직 말을 하면서 운전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30분 정도 떨어진 회식 장소를 향해 가면서 회사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민 씨, 누가 괜찮아요?”
“어떤게요?”
“누가 지민 씨를 좋게 보는 거 같아요?”
“아.. 음... 저는 다 좋아요.”
“그래요?”
“저는 정인영 대리님, 이동윤 대리님, 김명찬 대리님이 진짜 착하신 것 같아요.”
“지민 씨를 좋게 말한 사람을 딱 알아보네”
“아... 그래요?”
“지민 씨를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민 씨가 방금 말한 사람들은 지민 씨를 좋게 봐요”
“.... 다행이네요.”
나를 좋게 본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는,
나를 안 좋게 본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 크게 다가왔다.
몇 명일지 생각을 해봤지만 내가 말한 사람 이외엔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살짝 고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다행히 운전 중이라 앞을 보고 있었고, 강정국 차장도 앞을 보고 있어서 티가 나지 않았다.
잠깐 흔들렸던 감정이 이어질 틈을 주지 않고 끼어들어야 하는 구간이 나타났다.
여기서 못 끼어들면 한참 돌아가야 해서 그런지 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옆 차선을 봤는데 차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끼어들 수 있는지 계속 살폈다.
“아... 나도 끼워줘....”
옆에 강정국 차장이 타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혼자 운전하던 것처럼 혼잣말을 했다.
계속되는 차들 사이를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아서 초조해졌다.
“끼워주라. 끼워줘..!”
내가 뱉는 말을 들은 강정국 차장이 웃으며,
“끼워 줄 만도 한데”라면서 비상등을 눌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