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음식점에 들어가 예약된 방으로 갔다.
이미 팀원들이 많이 와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아쉬움을 느꼈다.
나에게 살짝 실망했지만, 인사를 하며 앉을자리를 찾았다.
구석에 남아 있는 한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 가서 앉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안쪽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지민 씨”
“네”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지민 부장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지민 씨, 여기 앉아. 첫 회식인데 가운데 앉아야지”
“넵”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가운데 자리로 돌아와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그제야 벗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지민 씨 얼굴을 이렇게 제대로 본 건 입사하고 처음이네!”
“아.. 그런가요? 저도 부장님 얼굴을 가까이 본 게 처음이네요.”
눈동자를 굴리며 대답했다.
갑자기 시선이 집중된 듯한 느낌에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부장님이랑은 커피를 마시러 가지 않아서 얼굴을 마주한 적이 거의 없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눈은 많이 봤지만, 환하게 열린 입까지 본 적은 처음이었다.
다른 팀원들이랑 초반에 커피를 마시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어색하다며 몇 번 말을 건네는 분들이 있었다.
정광호 대리와 정호준 대리와 함께 카페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민 씨, 마스크 벗은 모습 정면으로 처음 보네”
“그래요? 몇 번 보시지 않았어요?”
“그러긴 하죠. 밥 먹을 때 조금. 너무 낯선데? 내가 생각한 하관이 아닌데?”
“대리님. 저는 모든 분들이 마스크 벗으실 때마다 낯설어요.”
얼굴을 쳐다보면서 낯설다고 하는 정광호 대리에게
나도 마찬가지라며 말을 건넸다.
“그러긴 하겠네요. 지민 씨는 다 처음 보잖아요.”
“아직 눈까지만 아는 분들이 더 많아요.”
이렇게 답을 하고 나자 그 이후로 마스크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마스크가 대화 주제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민 부장님 옆에 앉아있던 최원재 부장의 얼굴도 처음 봤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정면으로 처음 본다고 말했던 정광호 대리의 말이 이해가 갔다.
옆 자리에서 배달 음식을 같이 먹은 적은 많았지만,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어있던 구석진 자리가 채워지고 나서야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술이 먼저였고, 고기는 나중이었다.
이종민 부장이 내 앞에 있던 맥주잔을 먼저 가져간 다음,
일어나 각자의 자리 앞에 놓여있던 맥주잔을 하나씩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일어나서 구석의 강명호 과장 앞에 놓인 맥주잔을 이종민 부장 앞으로 옮겼다.
술이 채워진 맥주잔을 받아 들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가 바로 다시 들어 올렸다.
이종민 부장이 강정국 차장에게 건배사를 시켰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외친 건배사를 따라 하고 채워진 맥주잔을 비웠다.
테이블에 올려둠과 동시에 또 다른 손이 나타나 비워진 맥주잔을 채웠다.
채워지고 있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잔이 다 차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종민 부장이 나를 불렀다.
“이지민 사원, 자 건배사 한 번 해야지. 첫 회식인데!”
건배사를 해야 하니까 어떤 걸 하지 고민했었지만,
막상 닥치니까 이전에 고민하며 결정했던 건배사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앉아있던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나자 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맥주잔을 들고 잠깐 멈췄다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떼서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승진 축하 드립니다. 처음 참여하는 회식인데 이런 좋은 일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말을 내뱉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진 않나?’ 걱정이 됐지만,
움직이는 입을 멈출 수 없었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 ‘오냐’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내가 한 말을 들은 이종민 부장과 최원재 부장, 강정국 차장은 건배사를 외쳐주었다.
옆에서는 ‘뭐라고? 뭐 하면 된다고?’, ‘오냐라고 하면 된대요.’, ‘저거 나도 신입 때 한 건데’라는 말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