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다들 바빠서 만나지 못했는데 어떻게든 일정을 맞췄다.
퇴근하고 회사 밖으로 나오자 신주영 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차에 탔다.
잘 지냈냐면서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평소에 연락은 자주 했지만, 얼굴을 마주한 건 오랜만이었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길에 미처 다하지 못했던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늘 만나는 동기들에 대한 근황까지 이야기 주제로 떠올랐다.
전에 들은 전적이 있어서 동기가 살짝 걱정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건물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문은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자
한상우 대리와 조형일 대리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테이블 앞에 가기 전에 손 인사를 했지만, 앉기 전에 또 인사를 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신주영 대리는 조형일 대리에게 앉자마자 말을 건넸고,
나는 한상우 대리에게 말을 건넸다.
잘 지냈냐며 묻는 질문에 한상우 대리는 똑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안부 인사를 끝내고 주문을 하기 위해 옆을 쳐다봤는데,
어제 나눴던 이야기를 이어서 하며 대화에 몰입해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잠깐 고개를 돌리자 한상우 대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메뉴를 먼저 정하고 있자고 하면서 테이블에 놓여있던 메뉴판을 펼쳤다.
이야기가 잠깐 멈추는 타이밍이 생기길 기다렸다가
메뉴를 시키려고 하는데 어떠냐고 묻자 좋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대화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신주영 대리가 조형일 대리와 이야기를 많이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형일 대리랑 그렇게까지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한상우 대리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신주영 대리에게 전해 들었다며 말문을 트자 한상우 대리가 말도 마라며 일화를 늘어놓았다.
주문한 음식과 술과 함께 한참 동안 욕을 같이 하다가
내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조형일 대리와 신주영 대리가 대화에 동참했다.
“좀 이상하다고 말 나오던데”
“아, 정말?”
조형일 대리가 팀에서 이야기가 나온다며 말을 건네왔다.
“응. 그리고 그 일도 있었잖아”
“어? 어떻게 알아?”
조형일 대리가 하는 말에 놀라며 어떻게 들었냐고 물었다.
“그거 걔네 동기들 사이에선 다 아나 보던데?”
“아 그래?”
“나도 후배가 말해줘서 알았어”
“좀 퍼졌구나”
내가 들었던 내용을 조형일 대리도 알고 있어서 놀란 마음이 더 컸다.
신주영 대리와 한상우 대리가 궁금해하자 조형일 대리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들으며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이어서 내 일화를 더 이야기했다.
“진짜 기분 나쁜 일이 있었거든? 들어봐”로 말문을 텄다.
같이 근무를 하게 된 날이었다.
어두웠던 사무실이 점점 밝아지는 시간대였다.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분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려고 노력하고 있던 참이었다.
김재원 사원이 옆에 앉아있다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몇 번은 가벼운 질문이었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질문을 하는 게 달갑지는 않았다.
피곤과 귀찮음이 담긴 표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숨겨지진 않았다.
이어지는 질문에 “그거까진 잘 모르겠네요.”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잠이나 자세요.”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더 많은 예시가 있지만 이때가 최근 중에 가장 기분 나쁜 일이라며 털어놓았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말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다른 팀원들도 그게 눈에 보이는지 김재원 사원에게 깍듯이 대하라면서 말을 한다는 것도.
나를 예쁘게 보는 상사들은 더더욱 그렇게 말할 때면 대신 나서서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도.
스치듯 봤던 구절인 이해가 되지 않는 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안 알려주는 거라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