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이야기를 들은 한상우 대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그런 듯 싶었다.
기분이 나빴겠다며 후배가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한 거냐고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신주영 대리는 “난 이미 들은 얘기라서..”라며
조형일 대리와 야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상우 대리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났다며 다른 에피소드를 말하기 시작했다.
팀에서 며칠 후에 출장을 가기로 이미 확정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후배와 동기 그리고 팀 내 상사 몇 명이 가기로 결정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후배가 출장 당일에 늦게 와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해졌다.
뒤에 이어진 말을 듣고 나서는 벌어진 입을 다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후배가 출장이 다 끝난 후에 왜 본인에게 출장일이 다가오기 전에
한번 더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따졌다는 말을 듣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말을 하는 한상우 대리의 표정이 너무 암울해 보였다.
듣다 보니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어떻게 생각을 해야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거지?’라면서 열띤 토론을 주고받았다.
같은 테이블 내에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시 같은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어느새 서로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해서 어필하는 자리가 되고 있었다.
조형일 대리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요즘 지민이네 팀에서 되게 안 해줘서 일이 안돼.
주간에 요청하면 사소한 것도 안된대. 전에는 그냥 해줬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위에 말해. 하지 말라고 하니까 안 하는 거지”
조형일 대리의 불만에 반박을 하자 다른 불만을 이야기하게 됐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또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 출장 가서 너무 힘들었다며 말하는 조형일 대리의 말에
한상우 대리가 조형일 대리를 잠깐 만났을 때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면서 동조를 표현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듣다 보니까 억울해졌다.
“그래도 거기 센터는 휴가도 주고, 포상도 주잖아.
우리는 눈치 엄청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고 개고생 하는데
잘 되면 그 센터 팀이 잘해서 잘 된 거고, 못하면 우리 때문이라고 욕만 먹어.
표창도 다 가져가잖아. 우리 팀 PM도 표창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누가 그걸 열심히 하고 싶겠어?”
빠른 말투로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불만을 쏟아내자
조형일 대리가 “그래도 하긴 해야지”라며 작게 말을 뱉었다.
그 말을 듣자 억울함이 더 커졌다.
“누가 안 한대? 열심히 하고 싶겠냐고.”
불만 섞인 말투로 대답하고 나서 비워진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마셨다.
한상우 대리와 신주영 대리가 갑자기 “안주를 더 시킬까”하면서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