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되, 머무르는 것
싯다르타는 배움에 목말라했으며 고뇌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적인 샘물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문을 따라 고행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오만하고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싯다르타는 사문의 길에서도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내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던 싯다르타는 고타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타마를 믿는 신도들은 말하기를, 그는 최고의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는 열반에 도달하였으므로 이제 더 이상 윤회의 수레바퀴 속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러 형상으로 나타나는 윤회의 슬픈 강물 속에 이제 다시는 빠지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그가 수많은 훌륭한 일,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하였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기적을 행하였다거나 악마를 이겨 냈다거나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따위의 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적들과 그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고타마가 천박하고 속된 유혹자이며, 사치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제사를 경멸하며, 학식이 없고 수행도 금욕도 모르는 자라고들 말하였다."
석가모니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고타마와 싯다르타로 열반의 경지에 오른 자를 둘로 나눠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그를 보며 열반의 경지에 올랐다며 찬양하고 가르침을 받으려는 이들과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그를 보며 허영심이 가득하고 향락을 즐기는 자라고 비난하는 이들을 말입니다.
고타마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가 싯다르타가 직접 물어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근원의 샘물에 대하여 고뇌하고 찾아 헤매던 싯다르타의 생각을 고타마에게 묻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존께서 몸소 겪으셨던 것에 관한 비밀,
즉 수십만 명 가운데 혼자만 체험하셨던 그 비밀이 그 가르침 속에는 들어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가르침을 들었을 때 생각하였고 깨달았던 점입니다.
이 점이 바로 제가 편력의 길을 계속 가려는 이유입니다."
고타마는 싯다르타의 질문을 듣고 반쯤 미소를 띤 채, 의연하게 밝고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분, 그대는 재치 있게 말을 할 줄 아는군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지 않도록 경계하시오!"
조언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싯다르타는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 마음의 문을 연 채로, 아무 불신감도 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는 뱃삯을 내지 않고도 뱃사공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강을 건너 세속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렇게 그는 카밀라를 만났으며 카와스미를 도왔고
돈과 권력을 손에 쥐었으며
출장길에 만난 많은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며 그들의 신임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찾아 헤매던 내면의 허기짐을 채우지 못하고 점차 향락에 찌들었으며 중독되어 갔습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구역질을 느끼고 있었고
지독한 향에 취한 듯 중독되었던 모습에서 단숨에 벗어나 다시 길을 떠났고
뱃삯을 받지 않았음에도 도움을 주었던 뱃사공 바주데바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강 주위에서 살아가던 싯다르타는 카밀라와 그의 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의 아들을 만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자신을 벗어나고 싶어 하며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슬픔을 느꼈으며, 오래전 아버지의 슬픔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놓아주고 다시 강으로 돌아갔습니다.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p.147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그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한결같은, 잔잔한, 우아한, 측량할 길 없이 불가사의한, 어쩌면 자비로운 듯하기도 하고,
어쩌면 조소하는 듯하기도 한, 현명한, 그 속뜻을 가늠하기 힘든 신비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깨달음을 얻은 그는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중요한 것을 찾았습니다.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정말 진심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그런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그런 시선을 가질 수 있길 정말 진심을 가득 담아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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