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속일지라도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렸을 적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접시 위에 닭똥만한 눈물방울을 똑똑 떨구었다’라는 대목을 읽으며 장면을 상상하고, 해맑게 웃었던 시절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스쳐 지나갔던 문장에서 감동을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지나갔던 책을 세월이 지나 다시 읽어본 후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라고 권합니다.
첫 번째 책인, 도스토옙스키의『죄와 벌』에서는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답도 말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건들을 보고 체험한 끝에 얻은 경험적, 직관적인 판단을 통해서요.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자는 과연 악한 수단을 저지르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라는 전제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악한 수단이 대체적으로 선한 목적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악한 수단은 대부분 악한 목적을 위해 쓸 테니까요. 선한 목적을 향해 가는 길을 막아서는 무언가가 존재할 때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선한 목적이라는 ‘대’와 악한 수단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는 양심이라는 ‘소’.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소’를 희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믿는 ‘대’를 위해서요. 그로 인해,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할 듯싶습니다. 악한 수단을 고른 자신에 대한 후회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결과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서요. 그러므로, 악한 수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겠죠. 현대 사회에서 그 제재는 “법”일 겁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악한 수단을 사용한 자를 위한 최소한의 선, 악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악한 수단을 사용한 자를 위한 최대한의 선이요.
다섯 번째 책인 ,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은 소설을 통해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입니다.”라고 외칩니다. 황제의 권력과 감시 아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유를 말했습니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매우 심각한 주제를 더없이 밝고 유쾌하고 따듯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연애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며, 정치 소설로서요. 이 책을 읽으면 당대의 현실에 대해 그가 느꼈을 분노, 환희, 절망,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글귀를 남겼을까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던 삶을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처로 가득한 그와는 다르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여생을 누린 세명에게 받은 상처를요. 작품을 통해 슬픔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철저한 감시 하에 작품에도 온전히 다 적을 수 없었던 시대. 야만과 낭만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그의 삶을 마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을 소개합니다. 젊은 날에 읽었던 위대한 고전들을요. 그리고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저자의 경험, 그 과정에서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30년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전과는 사뭇 다르기도, 여전히 가슴이 떨리기도 하다는 평을 남기면서요. 이 책을 읽었던 30년 전의 자신에게, 그리고 30년 세월의 차이가 나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말을 적어보겠습니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청춘의 독서』, 유시민, p.10
넓은 세상의 일부 만을 경험한 저는,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길 원합니다. 제가 가는 길 위에서 인간다움을 잘 가꾸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요. 참고 견뎌야겠죠. 삶이 속이고 있지만, 언젠가 올 수도 있는 미래를 위해서요. 누가 대신해 주길 바라지 않으며, 대신해 줄 수 없는 제 인생이니까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이요. 현재는 언제나 슬프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야겠습니다. 기쁨의 날이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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