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2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복도에서 기억을 더듬어가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시작점을 찾아 한 달, 두 달, 결국 일 년 전까지 거슬러 갔다.


“지민 씨. 누구한테 고과 이야기 했어요?”

“네? 고과요? ….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정말 모르냐고 묻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이 보였다.

강정국 차장의 떠보는 눈초리가 내 표정을 살폈다.


“이지민 사건이라면서 말이 많아요.”

“이지민 사건이요..?”


미간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더 설명이 필요하다는 표정과 함께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고과는 몇 명한테 밖에 말 안 하긴 했었는데요..”

“누구요?”

“최정욱 대리님, 이동윤 대리님, 그리고 동기 한 명이요.

아 박동훈 차장님도 있네요.”

“최정욱 대리랑 박동훈 차장이네.”


최정욱 대리와 박동훈 차장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고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민 씨. 이번에 뭐 받았어요?”

“저요? 음…. 좋게 받았어요.”


“이번에 보니까 최형민 과장이 별로 못 받았던데?”

“최형민 과장이 하나 가져갔을 걸요?”

“그럼 한 장씩 가져갔겠네.”


“정호준 대리 승진해야 하는데, 물 먹었잖아요. 분위기가 좀 그래서 못 물어봤는데.”

“정호준 대리 뭐 받았길래 그 정도야?”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팀에 누가 한 장가 져가면 다른 사람이 못 받나요?”

“팀에 2개. 누가 1장 가져가면 1개 남아요.”

“아.. 다행이네요.”


다시 장면을 생각해 보니,

‘박동훈 차장이 그때 내가 어떤 고과를 받았는지 다 알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퍼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라면 직접적으로 물어와서 대답했던 다른 사람들이었다.


“왜 말했어요.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 괜찮을 줄 알았어요. 물어보길래 말해버렸어요.”

“연봉이랑 연관되어 있는 거라 다들 민감해요. 앞으론 말하지 말아요.

지금 차장급들 사이에서도 말 많이 나와요.”

“차장급들 에서요?”

“암튼 있어요. 앞으로 그냥 누가 물어봐도 적당히 받았다고 해요.”

“네.. 괜히 말했네요.”


갑자기 정명우 부장과 면담 이후에

얼굴이 까맣게 변한 채로 자리로 돌아왔던 김명찬 대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김명찬 대리 뒤를 이어 회의실에서 정명우 부장과 했던 면담까지도.


면담에선 뻔한 말들만 했었다.

고과 잘 받을 거란 말을 들었고 의례적으로 묻는 힘든 일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계속 없다고 대답하다가 야간 근무를 조금 줄여 줄 수 있냐고 말했다.

인원이 없어서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인원이 충원되면 부탁한다고 했다.


“그래. 곧 인원 충원 될 거야.

앞으로도 회사 생활 잘할 것 같네.”라고 웃으며 넘어갔던 정명우 부장이 생각났다.


그런데 면담 후에 내가 무슨 행동을 했었더라 다시 생각해 봤다.

잠깐 짬이 나서 회사 앞 가게에 붕어빵을 사러 갔었다.

바삭바삭해서 평소에도 자주 먹었는데, 그날따라먹고 싶었던 것 같다.


붕어빵이 맛있겠다고 혼자 기분 좋아져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는데

정명우 부장과 이기호 차장을 마주쳤다.


”누가 업무 시간에 붕어빵 사러 가래!”라고 묻는 질문에

“하나 드릴까요?”라고 말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넘겼던 기억.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김명찬 대리 앞에 붕어빵을 내밀면서 “드실래요?” 물어봤던 기억도.


이제는 그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실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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